한국일보

●도정숙의 문화살롱

2026-06-10 (수) 08:15:54 도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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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다와 디에고의 마지막 꿈’

▶ Frida and Diego; The Last Dream-MoMA, New York

●도정숙의 문화살롱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20세기 미술사의 가장 유명한 멕시코 화가 부부, 프리다 칼로(1907~1954)와 디에고 리베라(1886~1957)의 전시 <프리다와 디에고: 마지막 꿈>을 재현헸다. 이번 전시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연계하여 오페라로도 기획되었다. 이 오페라는 2023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에서 초연했고, 이들의 예술과 서로의 깊은 관계를 신화적으로 탐구했다.

MoMA는 이번 전시를 위해 오페라의 무대 및 의상 디자이너인 존 바우서를 초빙하여, 그의 오페라 디자인과 칼로와 리베라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혁신적인 전시 공간을 제작했다. 미술 공간 자체를 하나의 연극적 경험으로 변모시켰다. 전시작품은 칼로의 <짧은 머리의 자화상>과 <풀랑창과 나> 등 회화 6점과 드로잉 1점, 그리고 리베라의 <농업 지도자 사파타>와 <꽃 축제: 산타 아니타의 축제> 및 회화와 벽화 10여 점이다. 롤라 알바레스 브라보와 레오 마티즈 같은 저명한 사진작가들이 촬영한 이들의 사진 초상화도 보였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오페라 무대 디자인의 축소 모형이 로비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작품은 오페라의 무대 장치처럼 설계된 공간 속에 배치되었다. 붉은 나무가 자라나는 침대, 거울 등 상징적 구조물은 프리다의 꿈과 기억을 시각화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마치 관람객이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프리다의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의 중심에는 프리다 칼로가 있다. <짧은 머리의 자화상>은 그녀가 디에고와 이혼한 직후 작업한 것으로, 잘린 머리카락과 남성복 차림의 자화상을 통해 정체성과 독립성을 선언한다. 프리다는 평생 육체적 고통과 정서적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켰으며, 자신의 몸과 삶 자체를 예술의 주제로 삼았다.


반면 디에고는 멕시코 혁명 이후의 사회적 이상을 벽화와 대형 회화작품으로 구현했다. 전시작품에서 그의 정치적 신념과 민중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프리다가 개인적 내면을 탐구했다면, 디에고는 역사와 사회를 화폭에 담았다.

이 전시가 흥미로운 이유는 두 사람의 관계를 단순한 러브스토리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꿈’이라는 장치를 통해 사랑과 갈등, 창조와 경쟁이 얽힌 복합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누구의 삶이 더 극적이었는가가 아니라, 두 예술가가 어떻게 서로의 예술을 자극하며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였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전시의 연극적 연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어떤 이들에게는 화려한 설치가 작품 감상의 방해요소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미술관이 다양한 예술 장르와 협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실험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어떤 아이디어로 체험과 경험의 확장으로 미술관의 흐름을 변화시킬지 궁금하다.

오늘날 프리다 칼로는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되었고, 디에고 리베라는 현대 공공미술과 사회참여 예술의 선구자로 재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그들의 신화적 이미지를 넘어 실제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바라보게 한다. 오페라와 미술관의 협업이 만들어낸 이들의 독특한 이미지가 문화적 상징으로 되살아 난 것이다.

전시장을 나서며 두 거장의 작품 뿐 아니라, 그들의 예술이 사랑과 기억 그리고 죽음까지도 어떻게 현재로 불러낼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전시는 9월 12일에 막을 내린다.

<도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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