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계 2위 경상흑자 속 달러 썰물 ‘환율 비상’

2026-06-06 (토) 12:31:16 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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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중 1549원… 금융위기 이후 최고
▶ 대미투자 확대·외인 증시 매도 맞물려

▶ ‘경상수지 흑자=원화 강세’ 공식 깨져
▶ 이란전 후 원화가치 하락 주요국 1위

원·달러 환율이 1,550원 선을 넘보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내국인의 해외투자 확대와 외국인의 대규모 셀 코리아가 맞물리며 달러 유출 압력을 키우면서, ‘경상수지 흑자=원화 강세’라는 기존 공식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4원 오른 1,539.1원에 거래를 마쳤다. 14거래일 연속 1,500원 선을 웃돌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기록(11거래일 연속 1,500원 돌파)을 넘어섰다. 장중 한때 1,549.1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9년 3월 10일(1,561.0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환율 상승 여파는 일반 환전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환율 우대가 거의 적용되지 않는 인천공항 환전소에서는 달러 가격이 1,600원을 넘어섰다. 이날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달러판매 가격을 각각 1,603원, 1,605.72원으로 고시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란 전쟁 이후 주요국 통화 가운데 원화 가치 하락폭(5.8%)이 가장 큰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우리나라가 사상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수출입·서비스·투자 등 대외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순수입)흑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282억9,000만 달러(약 43조원)로 사상 최대였던 전월(379억3,0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36개월 연속 흑자로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흑자흐름이다.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54.5% 늘어난 덕분에 상품수지(수출-수입)도 246.42% 급증했다. 1분기 경상수지 흑자(744억 달러) 규모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유성욱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대만은 2019년부터 우리나라보다 흑자가 많았지만 올해 1분기엔 한국이 일본, 대만, 독일을 앞섰다”고 설명했다.

통상 경상수지 흑자가 쌓이면 국내에 달러가 유입되면서 원화는 강세를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확대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이 맞물리면서 경상수지 흑자와 원화 강세의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합의도 원화 약세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약 1,230억 달러에 달했지만, 직접투자(기업의 실물투자)와증권투자(주식·채권)를 합친 자본 유출도 1,132억 달러에 이르렀다. 올해 1분기에도 유출 규모 771억 달러로 경상수지 흑자(738억 달러)를 웃돌았다.

<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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