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플레이션 장기간 식탁 흔든다…‘고기플레이션’까지

2026-06-04 (목) 12:00:00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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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고기 가격 최고치 계속 경신
▶ 가뭄·사료비 급등에 공급 불안

▶ 전체 식료품 가격 ‘동반 상승’
▶ 2030년까지 고물가 지속될 것

인플레이션 장기간 식탁 흔든다…‘고기플레이션’까지

미국 내 쇠고기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LA 한 수퍼마켓에서 직원이 육류 코너를 정리하고 있다. [로이터]

본격적인 여름 바비큐 시즌을 앞두고 쇠고기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립아이 스테이크 가격이 파운드당 22달러에 육박하는가 하면 햄버거 패티용 다진 쇠고기 가격까지 급등하며 국민 식탁 전반에 ‘고기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육류 가격 인상은 다른 식료품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무부(USDA) 경제연구서비스(ERS)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내 쇠고기 평균 소매 가격은 파운드 당 9.64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약 13% 상승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인플레이션보다 ‘역대급 소 부족 현상’을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위스콘신대 브렌다 보텔 교수는 “미국 전체 소 사육두수는 올해 1월 기준 약 8,620만 마리로 1951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라며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소비 수요는 여전히 강해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의 공급난은 수년간 이어진 가뭄 여파가 결정적이었다. 텍사스와 캔자스 등 주요 축산 지역에서 초지가 말라붙고 사료 가격이 급등하자 농가들은 번식용 암소까지 조기 처분했다. 문제는 소 사육 특성상 공급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송아지가 실제 쇠고기 공급망에 들어오기까지는 최소 2~3년이 필요하다.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미국인들의 쇠고기 사랑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단백질 중심 식단 열풍이 이어지고 있으며, 고급 마블링과 육질 개선으로 쇠고기 선호 현상도 강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람들이 칼로리를 따졌다면 이제는 단백질 섭취량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체재였던 다진 쇠고기 가격까지 급등한 점은 소비자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공급 부족을 메우기 위해 미국은 브라질·호주·캐나다 등에서 쇠고기 수입을 늘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멕시코산 송아지 수입 차질도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실제 많은 소비자들은 “이제는 스테이크 대신 닭고기와 돼지고기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LA 한인 마트 업계에서도 최근 쇠고기 할인 행사 축소와 함께 돼지고기·닭고기 소비 증가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한인 소비자들은 갈비나 불고기 대신 삼겹살 등 돼지고기와 닭고기 소비를 늘리고 있다.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 씨는 “예전에는 가족들과 부담 없이 갈비나 스테이크를 사 먹었는데 이제는 가격표부터 보게 된다”며 “마트에 갈 때마다 물가가 오르는 느낌이라 장보기가 무섭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 가격 안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뭄 지속과 높은 금리, 노동비 상승, 고령화된 농가 구조까지 겹치며 공급 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쇠고기 가격 강세가 오는 2030년 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소비자들이 고물가 시대에도 쇠고기 소비를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격 상승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며 “당분간 미 전국 외식·식료품 시장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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