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싱턴의 ‘개구리와 전갈’

2026-06-02 (화) 12:00:00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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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코닌은 텍사스 출신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이다. 상원 경력만 24년으로 동료들의 존경을 받으며 정치적으로도 정통 보수파로 손꼽힌다. 그런 그가 지난 주 치러진 당내 경선에서 켄 팩스턴 텍사스 주 검찰총장에게 60대 36으로 참패했다.

팩스턴은 한때 증권 사기 혐의로 기소됐으며 공화당이 다수인 텍사스 주하원에서 정치 헌금자에 대한 특혜와 뇌물 수수, 증권 사기, 공금 유용 혐의 등으로 탄핵됐고 아내로부터 불륜을 사유로 이혼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그런 그가 압승을 거둔 이유는 경선 직전 도널드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코닌은 2024년 처음 도널드의 출마를 말리다가 뒤늦게 지지했고 도널드가 연방 상원의 필리버스터를 없애라고 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아 미운 털이 박힌 상태였다. 그는 도널드가 원하는 법안의 99%를 지지했다며 환심을 사려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반면 팩스턴은 열렬한 도널드 숭배자다.


지난 주 코닌은 경선에서 진 후 SNS에 ‘개구리와 전갈’이란 우화를 올렸다. 강을 건너려는 개구리에게 전갈이 자기를 등에 태워 같이 건네달라고 말한다. 개구리가 “네가 독침으로 찌르면 나는 죽는다”며 거부하자 전갈은 “그러면 나도 죽는데 설마 그러겠느냐”고 답하고 개구리는 결국 태워준다. 강 가운데 이르자 전갈은 개구리를 찌른다. 개구리가 아니 어떻게 그럴수 있느냐고 묻자 전갈은 “미안해, 그게 내 본성이라 어쩔 수 없었어”라고 답한다. 코닌은 누가 개구리고 누가 전갈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그건 말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백악관은 바이든 행정부에게 억울하게 당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18억 달러 규모의 비자금 신설을 요구했다. 이 안은 일단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기는 했지만 시행될 경우 2021년 1월 6일 도널드 선동으로 연방 의사당에 난입, 의원들을 위협한 폭도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분노한 상원의원들은 ICE 예산안 심의도 중단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버렸다. 최근 도널드에 반감을 품은 공화당 의원들은 하나둘이 아니다. 루이지애나의 빌 캐시디 연방 상원의원도 그중 하나다. 그는 도널드가 당내 경선에서 경쟁자를 미는 바람에 낙선했다. 그는 2021년 의사당 난입을 부추긴 도널드를 탄핵한 7명의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중 하나다.

지금 연방 상원 의석 분포는 공화당 53, 민주당 47로 돼 있다. 공화당에서 4명만 반대표가 나와도 백악관이 원하는 법안은 통과되지 못한다. 공화당에서 온건파로 꼽히는 메인의 수전 콜린스, 알래스카의 리사 머코우스키, 그리고 켄터키의 미치 맥코넬과 랜드 폴은 원래 도널드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여기에 ‘상처입은 곰 일당’으로 불리는 의원들이 추가됐다. 코닌과 캐시디, 그리고 도널드와 척을 지고 올해를 마지막으로 상원을 떠나기로 한 노스 캐롤라이나의 탐 틸리스가 그들이다.

이 ‘상처입은 곰들’과 역시 은퇴를 앞둔 맥코넬은 이제 도널드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민주당 색이 짙은 메인에서 공화당으로 활동하고 있는 콜린스는 도널드보다 유권자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폴은 소신파로 유명하다. 고분고분 도널드 말을 듣지 않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캐시디는 낙선 후 입장을 바꿔 도널드가 이란전을 계속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도널드에 한을 품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은 이들뿐이 아니다. 도널드는 이례적으로 인디애나 주 상원의원 예선에 개입해 5명의 현직 의원을 낙선시켰다. 이들이 자기 말을 듣지 않고 10년마다 열리는 센서스 중간에 공화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개정하는 안에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켄터키 연방 하원 공화당 예선에 사상 최대의 돈을 써가며 끼어들어 현직인 토머스 매시를 떨어뜨렸다. 매시는 도널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엡스틴 파일 공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관철시킨 인물이다. 2020년 대선 때 1만1천780표를 찾아내라는 도널드의 명령을 거부한 브래드 래픈스버거도 조지아 주지사 경선에서 도널드가 미는 후보에게 졌다.

도널드가 민 후보가 모두 이긴 것은 아니다. 한 인디애나 주 상원의원은 도널드 지지 후보를 이겼고 그가 민 인디애나 주 하원의원 후보와 노스캐롤라이나 주 상원의원 후보도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 경선은 도널드의 당 장악력이 얼마나 확고한 지 보여줬다.

그러나 이것이 이것이 올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열성 도널드 숭배자들은 당내에서는 인기일지 몰라도 민주당과 중도표를 얻기는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2021년과 2022년에도 도널드 광신도들이 연방 의회와 주지사 후보로 나갔다 참패한 바 있다. 보복 본능에 충실한 도널드가 전갈처럼 개구리를 죽이고 함께 가라앉을지 두고 볼 일이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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