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주권, 본국 돌아가 신청하라”

2026-05-26 (화) 07:26:10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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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SCIS, 미국내 신분조정 사실상 폐지 예외적 경우 아니면 무조건 출국해야

▶ 현가족 생이별·재입국 거부 사태 우려

앞으로 미국 영주권을 취득하려는 외국인은 미국 내 체류 중이더라도 원칙적으로 본국으로 돌아가 영주권 절차를 밟아야 한다. 체류 중 영주권 신청을 허용하던 기존의 ‘신분 조정’ 제도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영주권 신청을 위해 출국했다가 장기간 발이 묶이거나 재입국이 거부되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거센 파장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연방이민서비스국(USCIS)은 지난 22일 외국인이 영주권을 신청할 때 미국 외 지역에서 신청하는 규정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은 유학이나 관광 등으로 미국에 임시 체류하다가 시민권자와 결혼하거나 현지 기업에 취업할 경우, 미국 내에서 ‘신분조정(Adjustment of Status)’을 거쳐 영주권을 취득하고 계속 체류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이러한 통로가 전면 차단되며, 미국 내 신청은 극히 예외적인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허용된다.


잭 칼러 USCIS 대변인은 “학생, 임시 근로자, 관광객 등 비이민 비자 소지자들은 단기 방문 목적으로 미국을 찾은 것”이라며 “미국 방문이 영주권 취득을 위한 첫 단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고국 신청 의무화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본국 신청 체제가 정착되면 영주권 발급이 거부된 이후에도 미국에 불법 체류하는 외국인을 단속하고 추방하는 데 드는 행정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규정 변경으로 매년 수십만 명의 이민 신청자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 기준 미국 영주권 발급 건수는 총 140만 건으로, 이 중 절반이 넘는 82만 명이 미국 내에서 신분을 변경해 영주권을 취득했다. 새로운 규정이 시행되면 이들 역시 영주권 신청을 위해 일단 미국을 떠나야 한다.

이민 전문가들은 해외 미 영사관의 인터뷰 예약이 이미 수개월에서 수년씩 밀려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적체 현상을 한층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 직장이나 시민권자 가족을 둔 신청자들의 경우, 본국에서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장기간 가족과 생이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출국 후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재입국 거부’ 사태도 속출할 전망이다. WP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정한 여행 금지국이나 이민 비자 발급 중단국 출신 외국인의 경우, 고국으로 돌아가는 순간 사실상 미국 재입국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외 조항의 기준이 불분명해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행정 명령에 대한 대규모 법적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민 정책 전문가인 데이비드 비어 카토연구소 국장은 이번 지침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정책 중 가장 파괴적인 조치라며 “미국의 이민 행정이 마치 1940년대로 후퇴한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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