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美명문대도 ‘학점 인플레’ 골치…하버드대 A학점 비율 제한 도입

2026-05-20 (수) 01: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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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별력·신뢰도 우려…아이비리그 확산 주목

미국 명문대 하버드대가 고질적인 '학점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학부 과정의 A학점 비율을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20일 일간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하버드대 교수진은 최근 투표에서 학부 강의의 A학점 비율을 제한하는 안건을 찬성 458표, 반대 201표로 가결했다.

새 정책의 핵심은 '20%+4' 방식이다. 각 강좌에서 일반 A학점(A-는 제외)을 수강생의 20%까지만 줄 수 있도록 하되, 소규모 강의나 우수 학생이 몰리는 상황을 고려해 최대 4명에게 추가로 A학점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조치는 학점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성적 변별력과 학위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내부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하버드대에 따르면 2024-2025학년도 기준 학부생이 받은 학점의 60% 이상이 A계열 학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2-2013학년도 그 비율이 35%였던 것에 비하면 두배에 가까운 수치다.

최고 평점(GPA)을 받은 졸업생에게 주는 '소피아 프로인트' 상도 과거엔 1∼2명 수준이었지만, 지난 학년도에는 무려 55명이 동점으로 나와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심해졌다는 관측도 있다. 생성형 AI 활용이 활발한 수업을 맡은 교수들 수업에서 약 30% 더 많은 A학점이 나왔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아만다 클레이보 하버드대 학부 교육학장은 성명에서 "이번 투표는 매우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하버드는 학문적 문화를 강화할 것이라 믿으며, 다른 대학들도 동일한 수준의 엄격함과 용기를 갖고 유사한 문제를 마주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평소 학점 인플레이션의 폐해를 지적해온 스티븐 핑커 심리학과 교수도 이메일에서 "학점 인플레이션은 교수들에게 바닥을 향한 경쟁을 강요해왔고, 대학들을 전국적인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며 개혁안을 환영했다.

학생들은 반발하고 있다. 학내 설문조사에서는 학부생의 약 94%가 이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 학생회의 이현수씨는 NYT에 "이 정책은 학생들을 이기적이 되도록 유도한다"며 "우리는 세계 최고의 학생들과 서로에게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정책은 2027학년도부터 본격 도입되며, 시행 3년 후 정책 효과를 재평가할 예정이다.

학점 인플레이션을 연구해온 레이 페어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조치가 하버드대를 넘어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의 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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