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존청 변호사의 “경제·법률 핫이슈”] 자산가가 소송의 표적이 되는 진짜 이유

2026-05-19 (화) 12:00:00 존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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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체를 운영하고 임대 부동산도 몇 채 보유한 한인 1세 사업주 A씨. 사업장에서 손님이 미끄러져 다쳤다. 보험에 가입돼 있으니 별일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며칠 뒤 변호사 통지서의 청구액은 보험 한도의 3배였다. 원고 측 변호사는 이미 A씨의 자산을 인터넷으로 조사한 상태였다. 카운티 등기소에서 자택, 임대 4채, 사업장 건물이 한 번에 조회됐고, 주정부 사이트에서는 그가 등재된 LLC와 Corporation까지 보였다. 결론은 단순했다. “이 사람한테는 받아낼 자산이 있다.”

■ 원고 변호사가 가장 먼저 하는 계산, ‘합의 가치’

미국 민사소송의 95% 이상은 합의로 끝난다. ‘판결을 받는 게임’이 아니라 ‘합의금을 협상하는 게임’이고, 그 출발점이 합의 가치 계산이다. 공식은 청구액×승소 확률에서 비용을 빼고 회수 가능성을 곱한 값. 100만달러 청구에 승소 확률 70%, 비용 20만 달러, 회수 가능성 100%라면 합의 가치는 약 50만달러다.


핵심은 마지막 항인 ‘회수 가능성’이다. 청구액이 아무리 크고 승소 확률이 높아도 회수 가능성이 0에 가까우면 합의 가치 전체가 0에 수렴한다. 자산 보호 전략의 핵심은 여기 있다. 소송에서 이기는 게 아니라, 소송 자체가 시작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 같은 자산, 다른 결말

비슷한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는 형제가 있었다. 어느 날 사업장에서 큰 사고가 났고, 보험 한도를 훌쩍 넘는 청구가 들어왔다. 형은 미리 자산 보호 구조를 설계해 두어 공개 기록상 그의 이름으로 검색되는 자산이 사실상 없었고, 원고 측은 보험 한도 내에서 합의했다.

반면 동생은 임대 부동산도 사업체 지분도 전부 본인 명의였다. 자산이 그대로 노출되자 원고 측은 보험금 너머까지 노렸고, ‘연대책임’ 법리까지 동원해 동생은 3년 넘게 소송에 시달렸다. 결과를 가른 건 자산 규모가 아니라 ‘보이느냐 안 보이느냐’였다.

■ 무엇이 보이고, 무엇이 안 보이는가

원고 측이 합법적으로 조회할 수 있는 자산은 셋이다. 부동산 등기, 차량·보트·RV 등록 정보, 주 정부에 등록된 사업체 정보(와이오밍 등 일부 주는 소유자 비공개)다. 반면 은행 잔고, 은퇴 계좌, 생명보험 현금가치, 세금 신고 내역은 법원 명령 없이는 볼 수 없다.

결국 자산 보호의 핵심은 ‘보이는 자산’에서 내 이름을 떼어내는 것이다. 자산을 숨기는 게 아니라, 미국 법이 허용하는 신탁과 LLC로 등기상 명의와 실질 소유권을 합법적으로 분리해 두는 것뿐이다.


■ 한인 자산가가 특히 표적이 되는 이유

한인 1세대 사업주 다수가 임대 부동산을 본인 명의로 보유한다. 세입자 사고 한 번이 자택을 포함한 개인 자산 전체로 번질 수 있다. 한국 자금으로 미국 부동산에 투자할 때 매입 단계부터 본인 이름으로 사들이는 경우도 많은데, 매입 후 옮기는 건 매입 전 설계와 비용·세금이 완전히 다르다. 보험이 1차 방어선, 자산 보호 구조가 2차 방어선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 이건 ‘숨기기’가 아니다

이 칼럼이 말하는 자산 보호는 탈세나 불법 은닉과는 무관하다. 보호 대상은 장래에 발생할 제3자 채권자(future creditor), 즉 소송 원고, 임차인 부상 청구, 거래 상대방 손해배상 등으로부터의 회수 위험일 뿐, IRS나 이미 발생한 채권자로부터 자산을 빼돌리는 사해행위(fraudulent transfer)와는 전혀 다르다. 후자는 명백히 불법이다.

합법적 자산 보호의 두 원칙은 ①분쟁 발생 전에 구조를 설계할 것 ②신탁·LLC·해외 자산을 모두 적법하게 신고하고 세금을 정상 납부할 것 등이다. 이 둘을 지키면, 신탁과 LLC를 활용한 자산 보호는 미국 법이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정당한 재산 관리 기법이다.

■ 맺음말: 절세보다 먼저 해야 할 일

미국 자산가들이 가장 신경 쓰는 영역은 ‘절세’다. 그러나 절세는 공격적 자산 관리이고, 그 토대에는 더 근본적인 방어적 자산 관리가 있어야 한다. 평생 절세로 아낀 수만 달러가 단 한 번의 소송으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카운티 등기소에서 본인 이름을 한 번 검색해 보라. 나오는 자산이 많을수록 노출된 위험이 크다.

다음 회차에서는 부동산 등기에서 이름을 떼는 토지신탁(Land Trust)과 LLC 이중 구조, 와이오밍이 왜 자산가들의 ‘1순위 주’가 됐는지를 다룬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그 사고가 평생의 자산을 흔들지 아닐지는, 그 전에 어떤 구조를 만들어 두었느냐로 갈린다.

www.jclawcpa.com

<존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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