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전문의에게 물어보세요’
▶ 저플라스틱 식단·생활용품 교체만으로 60% 감소
▶ 캔 음식·초가공식품·향 첨가 제품이 주요 원인
▶ BPA·프탈레이트, 호르몬 교란·심혈관 질환 우려
▶ 전문가들 “작은 생활습관 변화도 건강에 큰 차이”
플라스틱 관련 입자와 화학물질 문제를 생각할 때 많은 사람들은 무력감과 압도감을 느낀다. 플라스틱 오염은 너무 광범위하고 피할 수 없으며 답답하게 느껴진다. 특히 노출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아직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된 새로운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 즉시 눈길을 끌었다. 서호주대학교 연구진은 단 7일 만에, 저 플라스틱 식단을 섭취하고 저 플라스틱 개인위생용품을 사용하는 등의 몇 가지 특정 생활습관 변화만으로도 소변 속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 수치를 각각 최대 60%, 35%까지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플라스틱 문제를 둘러싼 논의에서는 흔히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에 초점이 맞춰진다. 미세플라스틱은 특히 열이나 산성 환경에서 떨어져 나오는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은 프탈레이트(phthalates)나 BPA 같은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들이다.
나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집 대부분의 제품에서 이런 변화를 시도해 왔다. (왜 주방 세정제에는 향이 꼭 필요할까? 왜 설거지 세제가 하와이 바람 냄새를 풍겨야 할까?) 특히 로션처럼 피부에 오래 남아 있는 제품은 더욱 중요하다.
이런 화학물질은 플라스틱에서 용출돼 음식이나 개인용 제품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결국 혈류로 들어가고 나중에는 소변에서도 검출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호르몬 신호 전달을 방해하며 심혈관 질환과 대사질환과도 독립적으로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의 약리학·독성학 교수 안드레아 고어는 “이런 화학물질에 대한 일상적인 노출이 인간에게 해롭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학계의 공감대는 미국 내분비학회에서도 반복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이번 연구에 대해 두 가지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첫째,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나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넘쳐나는 분야에서 보기 드문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라는 점이다. 이런 연구는 매우 드물며 절실히 필요하다. 둘째, 연구 규모는 작았다. 전체 참가자는 60명이었고, 연구 기간도 단 7일에 불과했다. 장기적인 데이터는 앞으로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짧은 기간이 이번 연구 결과를 더욱 인상적으로 만든다. 생활습관 변화를 시작한 지 며칠 만에 인체에서 측정 가능한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뉴멕시코 대학교 약학대학 독성학자인 매튜 캠펜 교수는 이런 화학물질에 단 1주일 노출되는 것이 건강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연구가 갖는 의미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적인 행동 변화와 식단 개선은 장기적으로 노출 감소와 건강 위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데이터는 나에게 낙관과 주도권의 감각을 준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식단 속 플라스틱 화학물질의 가장 큰 원인
이번 실험을 위해 연구진은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천하기 어려운 일을 해냈다. 연구진은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 과정에서 플라스틱 접촉을 최소화한 생산자들로부터 참가자들의 식재료를 공들여 공급받았다. 고도로 가공된 식품은 없었고, 플라스틱 포장 식품이나 캔 식품도 전혀 없었다. 심지어 식사 키트는 플라스틱 대신 양모로 단열 처리된 골판지 상자에 담겨 배송됐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이처럼 철저히 관리된 식단을 섭취한 그룹은 단 1주일 만에 여러 종류의 소변 속 플라스틱 화학물질 수치가 의미 있게 감소했다. 연구진은 특히 다음 세 가지 요소가 가장 큰 감소 효과를 이끈 것으로 분석했다.
▲신선한 농산물을 포함해 플라스틱 포장을 피하는 것 ▲캔 식품과 캔 음료를 줄이는 것. 캔 내부 코팅에는 BPA 또는 대체 화학물질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것이 음식으로 스며들 수 있다.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는 것. 산업적 생산 및 포장 과정 전반에서 플라스틱 노출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고어 교수는 “우리가 너무나 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은 압도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는 개인들이 생활습관 변화를 통해 실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힘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데이터를 통해 아주 작은 변화 하나만 떠올려 보자. 예를 들어 이번 연구의 별도 관찰 코호트에서는 매일 캔 제품 하나를 추가로 섭취할 때마다 소변 속 BPA 수치가 14.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신이 매일 콩 통조림이나 토마토 소스 캔을 먹는 사람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매일 탄산음료나 탄산수 같은 캔 음료를 하나 이상 마시는 사람일 수는 있다. 그렇다면 유리병 제품으로 바꾸거나, 하루 한 캔 정도를 다른 대안으로 바꿀 여지는 없는가?
■개인 위생용품 속 플라스틱 화학물질
연구의 또 다른 부문에서는 참가자들이 평소 사용하던 치약, 탐폰, 샴푸 같은 개인 위생용품을 연구진이 선정한 저플라스틱 대체품으로 교체했다. 그 결과 7일 뒤 모노앤부틸 프탈레이트라는 특정 프탈레이트 수치가 대조군보다 약 35% 감소했다.
이는 식단 변화 없이 개인 위생용품만 바꿔도 의미 있는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는 뜻이다. 다만 이 결과를 조금 복잡하게 만드는 점도 있다. 감소 효과가 제품 포장 때문인지, 제품 성분 때문인지, 아니면 두 요소의 복합 효과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보다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인공 향료가 프탈레이트의 흔한 원인이라는 사실이다. 연구진 루카스는 사람들이 변화의 첫 단계로 향이 첨가되지 않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플라스틱 포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훨씬 더 까다롭지만, 루카스는 샴푸 바(bar)나 고체 컨디셔너, 혹은 금속 통에 담긴 크림 제품 등을 시도해볼 것을 권장했다.
■환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
캠펜 교수는 미세플라스틱과 관련 화학물질 노출 문제를 개인의 선택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은 큰 함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거꾸로 된 환경보건 정책”이라고 표현했다. 가장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는 결국 시스템 차원의 변화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납 노출 규제를 둘러싼 공중보건 정책의 성공 사례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그때까지 이번 연구는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플라스틱 포장이나 캔 제품 같은 식품 선택 요소를 다시 생각해볼 또 하나의 강력한 이유를 제공한다. 물론 대체 선택지가 접근 가능할 경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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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isha Pasricha,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