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부활절은 단순한 종교적 기념일이 아니다. 그것은 죽음 이후의 생존을 말하는 신화적 서사가 아니라, 존재 방식 자체의 근본적 전환을 상징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단순한 생물학적 소생이나 과거 육체로의 회귀가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인 영적인 존재로 이행하는 질적 변화다.
기독교에서 부활이 신앙의 출발점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은 죄와 절망의 연속선 위에 놓인 사건이 아니라, 그 연속선 자체를 끊어내는 단절이자 '새로운 창조'이기 때문이다.
이 개념을 역사에 적용하면 흥미로운 해석이 가능해진다. 한반도의 역사에서 왕조의 교체는 완전한 단절보다는 일종의 ‘부활’에 가깝다. 고려는 통일신라의 붕괴 위에서 등장했지만 동일한 문화적·민족적 기반을 계승했고, 조선 역시 고려를 무너뜨렸지만 역시 고려의 문화적·민족적 연속선 위에서 새로운 질서를 구축했다.
왕조는 바뀌었지만 공동체의 정체성은 ‘같은 몸, 다른 형식’의 반복적 재구성을 통해 유지되어 왔다.
반면 중국 대륙의 왕조 교체는 그 성격이 더욱 복합적이다. 원, 명, 청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지배 민족의 교체라는 거대한 단절을 포함한다. 몽골족, 한족, 만주족이 번갈아 권력을 장악하면서 국가의 정체성은 매번 격렬하게 재구성되었다.
오늘날 중국이 강력한 국가주의와 통합 서사를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 단절이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을 극복하고, 파편화된 과거를 ‘하나의 중국’이라는 틀로 묶기 위한 정치적 필요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북공정 역시 이질적인 역사적 파편들을 하나의 연속적인 ‘부활’의 서사로 강제 편입시키려는 시도라 볼 수 있다.
부활의 본질은 소멸 이후의 단순한 재생이 아니라, 기존 질서의 해체를 전제로 한 변형이다. 문제는 문명이 자기 갱신을 위해 과거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폭력이 점점 더 정교하고 구조화되어 왔다는 점이다. 문명은 ‘다시 태어날 때마다’ 이전 세대의 악습을 완전히 털어내기보다, 오히려 발전된 기술과 시스템 속에 그 폭력성을 은닉하며 비대해졌다.
이 지점에서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의 통찰은 예리하다. 그는 개인의 도덕성과 집단의 비도덕성 사이의 간극을 지적하며, 인간이 속한 집단이 커질수록 집단적 이기심 역시 확대된다고 보았다. 현대 문명은 법과 제도를 통해 개인의 폭력을 억제하는 데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국가와 이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집단적 폭력은 오히려 거대해졌다.
과거의 폭력이 투박한 물리적 충돌이었다면, 오늘날의 폭력은 고도의 문명적 수단을 빌려 더욱 총체적이고 잔인하게 작동한다. 문명이 재생될수록 폭력의 기술 또한 ‘부활’하여 더 깊숙이 뿌리내리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 인류는 다시 한 번 문명적 폭력의 절정에 서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4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중동 전체가 불타오르고 있다.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이 상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사회의 60%가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군사 행동에 반대하고 있지만, 전쟁은 멈추지 않는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전쟁으로 이익을 얻는 소수의 이해집단이 국가 권력을 장악하여 국민의 삶과 경제를 담보 삼아 사적 욕망을 실현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란의 예상 밖 저항으로 미국의 중동 군사기지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그 엄청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과연 인류는 스스로를 진정으로 갱신할 수 있는가, 아니면 매번 새로운 형태로 포장된 동일한 폭력을 반복할 뿐인가. 진정한 부활은 과거의 기억을 정당화의 도구로 쓰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 속에 새겨진 폭력의 구조를 처절하게 성찰하고 해체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성찰 없는 문명은 결국 스스로를 파괴하는 야만으로 귀결될 뿐이다.
진정한 부활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다. 그것은 타자를 짓밟는 무력이 아니라, 자신을 내려놓는 사랑과 책임감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러한 부활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하는 깨어 있는 시민들만이 야만적 폭력과 독선적 권력을 견제하고, 성찰하는 문명으로의 진정한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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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