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갱단의 천국’ 아이티는 ‘지옥도’

2026-03-27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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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탈·성폭행·인신매매

▶ 10개월간 5천여명 사망

섬나라 아이티가 ‘지옥도’로 변하고 있다. 정부 치안이 무너지고, 갱단이 성장하면서 살인과 방화, 약탈과 성폭행이 서슴없이 자행되는 등 무질서가 횡행하면서다. 시민들은 이런 혼란 속에서 자신을 지키고자 ‘자경단’을 만들어 활동하고 나섰다. 지난 10개월 동안 이렇게 정부군, 갱단, 자경단이 뒤섞여 발생한 충돌과 유혈사태로 5,000명 넘게 숨졌다.

유엔인권사무소의 보고서를 인용해 스페인어권 매체 인포바에가 24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작년 3월1일부터 올해 1월15일까지 약 10개월 동안 아이티에선 갱단, 보안군, 민간군사기업, 자경단의 충돌로 5,519명이 사망하고 2,608명이 다쳤다.

2016년 이후 선거를 치른 적 없는 아이티는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행정부 기능을 거의 잃은 채 수년간 ‘비상시국’ 상태에 놓여 있다. 이 기간 수많은 갱단 조직이 생겨나면서 무질서가 커졌다.


갱단의 폭주 속에 경찰과 군 등으로는 한계에 봉착한 정부가 지난해 3월 외국계 민간군사기업 ‘벡터스 글로벌’을 고용하면서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이들이 갱단 진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드론과 헬기 사격 등을 동원한 표적 사살 작전까지 수행하면서다.

정부와 용병, 자경단의 이 같은 공격에도 갱단들은 더욱 번성하고 있다. 전략적 요충지를 요새화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데 중요한 해상 및 육로를 확보하면서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넘어 중부와 북서부 아르티보니트주까지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초들이 입고 있다. 특히 힘 약한 여성과 아이들이 표적이다. 지난 10개월간 성폭력 피해를 본 성인 여성과 어린 소녀는 1,571명에 달한다. 갱단은 지역사회를 통제하고 공포를 심기 위해 ‘성폭력’을 ‘전쟁 도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유엔 보고서는 “갱단은 주민들 사이에 공포를 확산시키고, 그들을 굴복시키며 처벌하기 위한 수단으로 성폭력을 지속해 자행해 왔다”고 지적했다. 아동·청소년 인신매매도 빈번하다. 갱단은 납치한 아이들을 다른 범죄 조직에 팔아넘기거나 노동력 및 성착취 대상으로 거래하고 있다. 아이티 갱단 조직원의 30~50%는 미성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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