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다시보기
2026-03-27 (금) 12:00:00
신상철 / 고려대 문화유산융합학부 교수
1893년 파리에서 촬영된 한 장의 사진 속에 한국의 전통 의상을 착용한 남성이 등장한다. 조선시대 전통 모자인 정자관을 쓰고 손에는 흰 장갑을 들고 있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19세기 프랑스 파리에서 한복을 입고 등장한 이 기이한 인물의 이름은 홍종우이다. 사진이 촬영되던 시점 그는 프랑스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근무했다. 이 박물관은 설립자 에밀 기메의 이름을 본떠 기메박물관이라고도 불리며 지금도 유럽 최고의 아시아 전문 박물관으로 평가받는다. 이곳에서 홍종우는 1892년부터 ‘외국인 조력자’라는 신분으로 채용돼 1893년 개설된 한국실의 개관 준비 작업을 수행했다. 그의 임무는 한국 관련 전시 유물들의 목록과 설명서를 작성하고 이 유물들을 전시 공간에 설치하는 것이었다. 사실상 그는 한국인 최초의 박물관 전문 인력이자 큐레이터였던 것이다.
1893년 기메박물관 한국실의 개관은 한국과 프랑스 간 문화 교류의 시작을 의미함과 동시에 해외 박물관에서의 첫 번째 한국 문화 전시 공간의 개설이라는 의의를 지닌다. 해외에서 먼저 한국의 전통 유물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공간이 설립됐다는 점에서 박물관학적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신상철 / 고려대 문화유산융합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