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 칼럼>“’불파’인가 ‘말씀파’인가?”

2026-03-11 (수) 09: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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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훈 목사/ 새누리선교회

최근에 타주에서 열린 남침례교 목회자 리더 모임에 참석했다. 그 날 오신 강사 목사님이 자신을 소개하면서 특이하게도 타 교단에 있다가 남침례 교단으로 옮겨 왔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교단을 바꾼 이유는 자신은 원래 ‘불파’인데, 남침례 교단이 소위 말하는 ‘말씀파’로서 말씀을 사랑하고 강조하기 때문이라는 하셨다. 오랜만에 ‘불파’와 ‘말씀파’를 언급한 강사 목사님이어서 그런지 더욱 귀를 기울여 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불파’와 ‘말씀파’는 무엇일까? 물론 먹는 ‘파’ 종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색깔과 강조점을 표현하는 말이다. ‘불파’는 주로 방언, 치유, 예언 등의 은사를 강조하며 체험을 중요시하는 오순절 운동 중심의 순복음교회 계열을 가리킨다. 반면 ‘말씀파’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남침례 교단과 같이 말씀과 교리 중심의 신앙을 강조하며, 체험보다 말씀의 권위를 우선하고 성경 공부에 큰 비중을 두는 흐름을 말한다.

나는 남침례 교단에 속한 목사이지만 사실 중•고등부 시절에는 완전한 ‘불파’였다. 당시 한국에서는 ‘불파’가 대세였고, 실제로 보여져야 믿는 기적 중심적 신앙, 예를 들면 방언이나 병고침 등 체험되는 성령의 역사를 강조하는 신앙생활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성령 체험과 기적을 강조하는 교회들이 크게 성장했다.


나 역시 그 물결에 휩쓸려 교회 학생회장으로서 매주 주말마다 교회 학생들을 이끌고 당시 유명했던 “하늘산” 기도원을 드나들며 ‘불파’의 은혜를 사모했다. 산에 올라 소나무 하나를 붙들고 나무뿌리가 빠져나올 정도로 밤새 열정적으로 기도하다 내려오기가 일쑤였고, 그러다 보니 그토록 원했던 방언도 받게 되었다. 또한 귀신 들린 사람이 기도를 통해 귀신이 쫒겨나는 일들도 자주 접했고, 병 치유의 역사 등 ‘불파’적인 신앙생활을 하면서 ‘말씀파’를 얕잡아 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금 돌아보면 ‘불파’ 중심의 신앙생활로 인한 여러 병폐도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예를 들면 성령의 은사 중 ‘방언’이 최고로 여겨졌고, 방언을 받지 않으면 ‘성도도 아니다’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그래서 너도나도 방언 받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고, 교회마다 기적 중심의 성령 집회를 열어 교인들이 이곳저곳 몰려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매일의 삶 속에서 일어나야 하는 근본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세월이 지나 조금 더 성숙해지면서 느끼는 것은 ‘불파’와 ‘말씀파’ 중 어느 쪽이 더 좋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둘 다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신앙생활에서 ‘불파’로서 뜨겁게 성령의 은사를 사모하고 열정적으로 기도하며 부인할 수 없는 성령의 역사를 실제로 체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100권의 신학 서적보다 단 한 번의 체험적 신앙이 믿음을 더 강하게 한다”라는 표현이 있듯이, 전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나고 삶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것은 믿음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불파’의 체험 신앙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체험적 신앙은 고난이 올 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불파’적 경험이 하나님의 말씀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말씀이 없는 체험은 신비주의로 빠질 위험이 있으며, 실제로 ‘불파’가 선을 넘어 신비주의로 흐르다가 이단이 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나타나는 ‘불파’적 기적들조차도 말씀 중심 안에서 일어나야 비로서 하나님이 의도하신 참된 기적이 되는 것이다.

로마서 10장 17절에서,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리라”라고 말하듯이, 믿음의 근거는 말씀이며 말씀 없이 믿음이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불파’와 ‘말씀파’는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 신앙생활 속에서 균형 있게 갖추어져야 할 요소이다. ‘불파’을 우선하면 감정 중심으로 신앙생활이 흐를 수 있고, 반대로 ‘말씀파’만 강조하면 신앙이 딱딱하고 메마르며 역동성이 없는 이론적인 신앙생활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이 중심이 되는 ‘말씀파’이면서도, 불같은 성령의 역사를 풍성히 경험하는 ‘불파’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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