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갈릴리 호수, 포도나무, 록펠러, 교회’

2026-03-10 (화) 07:55:21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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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땅에는 유명한 두 호수가 있다. 사해(Dead Sea)와 갈릴리 호수(Sea of Galilee)이다. 사해는 이스라엘에서 제일 큰 호수다. 면적은 남북으로 약 80km, 동서로 약 17km.이다.

특이한 것은 사해의 물이 32%의 독한 염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어떤 생물도 생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갈릴리 호수의 크기는 사해의 1/5 밖에 안 된다. 사해보다 훨씬 작지만 이스라엘의 식수, 관개용수의 근원이고 생태계 균형을 좌우한다.

갈릴리 호수의 주변은 생명 있는 온갖 것들로 충만하고 활력이 넘친다. 환경과 조건은 동일한데 하나는 죽은 호수가 되었고 다른 하나는 살아 있는 호수가 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조나단 삭스의 ‘To Heal A Fractured World’ 중에서)


유통(流通)의 원리다. 갈릴리 바다는 요단강 상류로부터 유입된 물을 다시 아래로 흘려 보내고 유통시켜 줌으로 지금도 살아있는 호수가 되었다. 사해는 요단강의 물을 받은 다음, 아래로 내어 보내지 않는 이기주의자가 됨으로 그대로 죽은 호수가 되었다. 자기를 살려 준 요단강 물마저 부패시켰다.

호수만 그럴까. 사람도 마찬가지다. 살려면 내어 주어야 한다. 주는 것이 사는 길이다(to give is to live). 석유 재벌 록펠러는 53세에 세계에서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54세에 ‘알로피쉬어’(alopecia)라는 불치의 병에 걸렸다.

의사로부터 일 년 이상을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록펠러는 그 날부터 먹지 못하고 잠도 이루지 못하며 드러누웠다.
어느 날 새벽 기도시간에 록펠러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너는 지금까지 돈을 모으는 일에 열심이었지만, 이제부터는 그 돈을 유통시키는 삶을 살아라.”

그 후 록펠러의 삶은 변화되었다. 록펠러는 맨하탄에 리버사이드교회를 세우고 시카고 대학을 설립했다. 재단을 만들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의료 사업과 교육사업에 재산을 유통시켰다.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로 록펠러는 분주했다.

55세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담당 의사의 예상을 깨고 록펠러는 98세까지 장수했다. 록펠러가 세운 교회, 대학, 연구기관을 통해서 배출 된 지도자는 일일이 헤아릴 수 없다.

포도나무의 겉은 볼품없다. 외소하다. 하지만 포도나무의 삶은 온통 봉사의 유통으로 충만하다. 광합성 작용을 통한 포도나무의 헌신과 봉사는 실로 눈물겹다. 무더운 한 여름 산비탈 언덕위로 홀로 선 포도나무는 타는 목마름을 해갈하기 위하여 뿌리는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 암반수를 빨아들인 다음, 그 물을 엽록소가 밀집되어 있는 이파리로 보낸다.

뿌리로부터 물을 공급받은 이파리는 대기 속에서 흡수한 이산화탄소와 햇볕을 결합하여 포도당과 산소를 만들어 세상으로 유통시킨다. 인류와 자연 생태계에 무한 봉사한다.

봉사와 섬김은 예수의 사역의 핵심이요 하나님 나라의 기본질서다. 포도나무도 마찬가지다. 봉사와 섬김이 그것의 사명의 전부다. 그렇다면 교회란 무엇인가. 만일 이 세상이 교회 때문에 조금이라도 밝아졌다고 한다면 그건 교인이 많다거나 건물이 웅장하다거나 프로그램이 좋아서가 아닐 것이다. 그건 하나님의 교회가 예수처럼, 포도나무처럼 세상을 향하여 사랑과 희생을 유통하고 섬겼기 때문이다. 예수는 교회를 향하여 말씀한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너희의 헤아리는 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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