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칼럼] ‘유대인과 우리가 다른 점’
2026-03-03 (화) 08:06:13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유대인은 꿈을 키우고 창의력이 풍부한 인물이 되려면 강한 ‘헝그리 정신(hungry spirit)’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유대인 부모는 방학 때 자녀들이 집에서 편안히 지내지 못하게 한다. 자녀들을 수돗물과 전깃불이 없고 잠자리가 불편한 캠프로 내보낸다.
거기서 여러 가지 고통과 불편함을 체험하게 만든다. 말하자면 옛날 구약 시대의 그들의 조상이 겪었던 광야생활을 실제로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헝그리 정신이 함양된다. (촬스 핸디의 ‘헝그리 정신’중에서)
아이들이 캠프에서 헝그리 정신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달라진다. 인내력을 측정하는 ‘역경지수(A.Q.)‘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대인 관계를 다루는 ’사회지능지수(S.Q.)‘도 부쩍 중가 한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헝그리 정신을 키우는 캠프생활을 통해서 공동체 리더십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그들이 전체 노벨상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상은 우연히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의 부모들은 어떤가. 대부분의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를 귀하게만 생각하여 온실 속에서 키우려 한다. 온실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창의력과 헝그리 정신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미국대학협의회 통계를 보니 한국 유학생의 아이비리그대학 졸업율이 60%도 채 안 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머리가 부족한 탓이 아니라 고도의 책임감과 고난을 감당하는 헝그리 정신의 부족 때문이다.
유대인은 잡초도 잘 자라지 않는 모래땅과 척박한 산지언덕에서 포도농사를 짓는다. 포도나무 바로 밑에 풍부한 수자원이 흐르고 있으면 그건 곧 사망선고와 같다고 판단한다.
그런 부요한 환경 가운데서는 뿌리가 나태해져서 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유대인은 잘 알고 있다. 뜨거운 햇살이 90도 각도로 작열하는 유대 산지(山地)‘ 의 포도농사 경험이 유대인만의 독특한 자녀교육법을 만들어 내었다.
형제의 지독한 질투로 돌연 노예로 전락한 요셉의 파란만장한 삶은 척박한 산지 비탈에 심기어 생존을 위해 고투하는 포도나무를 닮았다. 고난을 견디면 빛나는 보석이 된다는 거룩한 헝그리정신으로 살았던 요셉이 애굽의 총리가 된 후 형제들 앞에서 말한다.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만민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 하였나이다. 당신들은 두려워 마소서. 내가 당신들과 당신들의 자녀를 기르리이다 하고 그들을 간곡한 말로 위로 하였더라.”
폴 투르니에(Paul Tourier)는 그의 저서
에서 말했다. “거룩한 헝그리 정신은 일상성의 껍질을 부수고 창조적인 삶으로 나가는 관문이다. 고통은 그 자체로는 결코 이로운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고난과 시련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인격적인 존재의 문제다.”
큰 시련과 역경을 이긴 포도나무에서 고품격의 포도가 나온다. 포도농사의 장인은 나쁜 태루아(terroir)를 탓하거나 폄하하지 않는다. 이탈리아의 명품 포도주인 사시카이아(Sassicaia)의 최고의 품질은 가장 열악한 데루아 환경이었던 1969, 1972, 1973년 산(産)이다. 이 시기에 생산된 포도주의 양은 극히 적었지만 그 값은 최고가였다.
나쁜 테루아를 마주한 포도원을 앞에 두고, 그럼에도 힘찬 노래를 부를 때-일상의 세상에서 당신은 누구일까.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