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생각] “아버지와 돌나물김치”
2026-02-27 (금) 08:19:46
임형빈/한미충효회회장
어느 수기 공모전에 당첨된 감동의 글 (아버지와 돌나물김치)를 소개한다.
오늘은 가게 문을 일찍 닫고 이것저것 사서 집 앞에 도착하니 낡은 우산을 쓰고 쪼그려 앉은 노인이 있었다. 친정아버지였다. 솔직히 썩 반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남편과 결혼 승낙을 받을 때도 상처를 안겨줬던 분. 남편이 죽을 때도 괜스레 아버지 탓인 듯 해 원망스러웠던 분이다.
아버지 손에 든 보퉁이를 풀어보니 돌나물김치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데. “이거 아버지가 만드셨어요?” “어 예전에 네 엄마 하는 것을 보고 흉내 냈는데 입에 맞을지 모르겠다” 아버지가 만들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돌 나물 김치는 딱 엄마의 솜씨 그대로였다. “그럼 그렇지 직접 만들기는... 구례 아줌마가 해주셨구만”. 나는 아버지에게 잘 먹었다고 입에 발린 이야기만 했다. 그나저나 언제 가실려나! 아버지 잠자리를 마련해주고 다음 날 현관을 보니 아버지의 신발이 없었다.
아버지 방문을 열어보니 눈에 띈 편지 한 장. “바쁜 일이 있어 가겠다. 너 깰까봐 말하지 않고 간다. 잘 살거라, 그리고 풍족하게 못 키워서 미안하다.” 괜시리 가슴이 먹먹해진다.
일주일 후 모르는 전화로 전화가 걸려왔다. 김경자씨세요? 여기 구례경찰서입니다. 김병우씨가 부친 되세요? 순간 심장이 덜컥했다. 오늘 돌아가신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사인은 간경화였다. 장례를 정신없이 치르고 아버지 유품을 정리했다. 거기에 아버지의 일기장이 있었다.
엄마가 병이 났을 때부터 쓰기 시작하신 일기였다. “오늘 사위에게 사업 자금 5천만 원 주었다. 내 딸 경자에겐 말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했는데 제발 사업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딸 경자가 늘 웃으면 얼마나 좋을까!” 충격이었다.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아버지를 원망했다. 억장이 무너졌다. 한참 주저 앉아있는 나에게 누가 말을 걸어온다.
구례 아줌마였다. “에휴 경자 준다고 돌나물김치 담가볼란다고 얼마 전까지 밭고랑에서 돌나물 케고 계시던디$” 나는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돌나물김치 그건 아버지의 작품이었다. 정말 죄송해요 아버지.
자식은 자신의 이익 여부를 가슴에 안고 부모를 보지만 부모는 자신의 이익 여부는 등한시하고 마음속으로 자식을 본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와서 후회하고 목놓아 울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버지!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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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빈/한미충효회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