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키는 1960년 스쿼밸리 동계올림픽에서 알파인 스키 종목으로 첫 도약을 했다. 알파인 스키는 스키의 기본이자 근간이 되는 종목이다. 당시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한 임경순 선수는 한국 스키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고, 이후 수십 년 동안 도전의 흐름은 꾸준히 이어졌다.
그 전통은 밀라노 동계올림픽에서 정동현 선수가 자이언트 슬라롬(대회전) 중상위권 성적을 기록하며 이어졌다. 이는 해당 종목 한국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이처럼 한국 스키는 첫 도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도전 정신으로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을 비교하면, 차이는 분명하다. 한쪽은 체계적인 시스템의 힘으로, 다른 한쪽은 폭발적인 가능성으로 시즌을 장식했다.
알파인 스키에서 미국은 다시 한 번 저력을 증명했다. 미카엘라 시프린은 슬라롬(회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했다. 이미 월드컵 역사상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한 시프린은 단순한 스타를 넘어 미국 알파인 시스템의 상징이다.
유소년 리그, 대학 스포츠, 장기 월드컵 투어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정상은 ‘우연’이 아니라 ‘반복’이 된다.
반면, 한국의 알파인 스키는 아직 도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다양한 눈 상태와 긴 코스를 경험할 기회가 적고, 선수층도 얇아 경쟁력에서 차이가 난다. 세계 무대는 재능만으로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위권 진입은 일회성으로 끝나기 쉽다. 그러나 프리스타일과 스노보드에서는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최가온의 금메달은 한국 설상 종목이 더 이상 변방이 아님을 선언했다.
기술 완성도, 경기 운영, 심리적 안정까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성취를 넘어, 한국 스키가 특정 종목에서 정상권 경쟁이 가능함을 입증한 계기다.
미국은 프리스타일과 스노보드에서도 강하다. 하지만 그 강함은 특정 선수 한 명에 의존하지 않는다. 세대가 바뀌어도 경쟁력이 유지되는 구조다. 바로 이 점이 한국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 시즌을 정리하면, 미국은 전 종목에서 ‘깊이’를 보여주고, 한국은 특정 종목에서 ‘폭발력’을 보여주었다.
이제 과제는 명확하다. 한 종목 금메달이 전체 도약으로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순간의 성과로 끝날 것인가.
알파인 스키, 모글, 크로스 등 뒤처진 종목까지 저변을 넓히지 못하면 격차는 다시 벌어진다. 장기 해외 훈련, 지도자 육성, 유소년 시스템 확대가 병행되어야 한다.
금메달은 결과이자 출발선이다. 스타 한 명의 등장이 아니라, 여러 종목에서 꾸준히 결승에 오르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한국 스키가 다음 시즌에 증명해야 할 과제다.
미국은 시스템으로 강하고, 한국은 가능성으로 뜨겁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가능성을 구조로 바꾸는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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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의/미동부한인스키협회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