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부상조 정신으로 30년⋯ 한인사회 결속 상징

2026-02-05 (목) 08:29:18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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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사랑·부모공경의 산실’ 뉴욕한인노인상조회

▶ 자체감사 병행 재정 투명성 확보⋯한인단체 모범으로 평가

상부상조 정신으로 30년⋯ 한인사회 결속 상징

작년 송년회에서 초대 임형빈 회장을 모시고 전^현직 이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뒷줄 오른쪽이 임규홍 회장. 2

▶팬데믹때 사망자 증가로 일시적 위기, 회원들 협조로 이겨내
▶장례지원 외에도 쌀나눔 ^ 무료 법률상담 등 실질적 지원
▶사랑방 취지의 상조회관 건립 목표 갈라 5월29일 개최

뉴욕 한인사회에서 ‘상부상조’라는 말은 단순한 미덕을 넘어 세대를 잇는 정신적 유산이다. 부모는 자녀를 위해 헌신하고, 자녀는 부모를 공경하며 살아온 한국인의 전통은 5,000년 역사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통이요, 타민족의 추종을 불허하는 미덕이다. 이민사회에서도 그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다.

1996년, 이 전통을 지키고 계승하기 위해 출범한 뉴욕한인노인상조회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으면서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단단한 기틀을 마련하였다. 지난 30년 세월 동안 상조회는 장례지원 단체를 넘어, 한인사회의 결속과 연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상부상조 정신으로 30년⋯ 한인사회 결속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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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시작된 30년
초대 임형빈 회장을 비롯한 한인사회 원로들은 동포끼리의 친목도모와 홍익인간 정신을 바탕으로 “자녀들에게 장례비 부담을 주지 말자”는 취지로 상조회를 설립했다.


1996년 5월 1일 뉴욕주와 연방정부에 정식 등록하고 비영리단체로 출범한 상조회는 설립 첫 해 7개월 동안 202명의 회원을 확보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설립 요건은 상부상조, 불우이웃돕기, 장례지원, 친교, 복리사업 등이다.

초기에는 사망자가 발생하면 회원 1인당 10달러씩 부조하는 방식이었으나,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2014년 전산화 시스템을 도입해 모든 회원이 동일하게 부담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현재는 월 평균 50~70달러의 조의금을 납부하며, 이 비용은 전액 유가족에게 전달된다.

회원 수는 2018년 1만 명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5년 말 기준 누적 사망 회원은 4,500여 명, 유가족에게 전달된 장례비는 총 6,000만 달러(약 860억 원)에 달한다. 이민사회에서 보기 드문 규모와 투명성이다.

■ 플러싱 중심가에 자리 잡은 ‘든든한 공동체’
상조회는 회원들의 가입비로 조성된 자금을 모아 창립된 지 12년이 된 2008년에 플러싱 35-06 Leavitt St.에 자체 사무실을 마련했다. 현재 총자산은 220만 달러, 이 중 100만 달러가 유동자산으로 운영된다. 회원 사망 시 장례비를 선지급할 수 있는 안정적 구조를 갖춘 셈이다.

가입은 62세부터 76세 미만의 건강한 한인을 대상으로 하며, 가입비 150달러, 연회비 40달러로 운영된다. 2025년부터는 임규홍 회장이 회를 이끌고 있으며, 15명의 이사(이사장 서경숙)와 감사 1명이 함께 투명한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상조회는 매년 4회의 정기이사회를 열고, 필요 시 수시로 회의를 소집해 예산과 특별기금을 관리한다. 공인회계사 감사와 자체감사를 병행하며 재정 투명성을 확보해 한인단체의 모범으로 평가받는다.

■ 팬데믹의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공동체
2020년 팬데믹은 상조회에도 큰 충격이었다. 3~6월 사이 사망자가 평소의 4배인 250여 명으로 급증하면서 조의금 부담이 일시적으로 늘었고, 상조금 지급이 지연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그러나 회원들은 “이럴 때일수록 서로 돕자”며 적극적으로 조의금을 모았고, 상조회는 결국 모든 유가족에게 장례비를 즉시 지급했다.
이 경험은 상조회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나는 공동체임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상부상조 정신으로 30년⋯ 한인사회 결속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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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쌀 나눔, 무료 법률상담… 지역사회와 함께 걷다
상조회는 장례지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매년 추수감사절이면 한국일보 후원과 한양마트·김민호장례원·제일장의사·뱅크오브프린스턴 등 후원사, 그리고 회원들의 찬조로 마련한 15파운드 쌀 1,500포대를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한다.

수혜 대상은 한인 불우이웃 뿐 아니라 맨하탄 할렘의 흑인단체, 노숙자 단체 등 타민족 공동체까지 확장되어 있다. 12년째 이어지는 이 행사는 상조회가 ‘한인사회와 타민족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매월 고문변호사를 초청해 무료 법률상담을 제공하고, 미국 및 한국 선거 참여를 독려하며 유권자 등록도 돕고 있다. 노인들의 실질적 삶을 지원하는 ‘생활 밀착형’ 활동이다.

■ “요람에서 무덤까지”… 상조회관 건립의 꿈
상조회는 올해 초 뉴욕주 산하 비영리단체인 뉴욕장례지원재단을 설립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목표는 ‘상조회관’ 건립이다.

이 회관은 단순한 장례시설이 아니라, 동포들의 사랑방이자 문화·행사 공간으로 개방될 예정이다. 가장 저렴하고 경건한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장소이자, 세대가 모여 소통하는 커뮤니티 센터가 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 상조회는 오는 5월 29일 디모스 연회장에서 기금모금 갈라를 개최한다. 30주년을 넘어 백년대계를 향한 첫발을 내딛는 역사적 순간이 될 전망이다.

■ 뉴욕한인노인상조회(Korean American Senior Mutual Association)
주소: 35-06 Levitt St. Flushing NY
전화: (718)762-3515
웹사이트: kasma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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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사진)


“자녀들 배려하는 부모 마음 지키는 것이 제 사명”
■ 임규홍 회장 인터뷰
“부모들의 사랑을 지키는 것이 제 사명입니다.”

모토로라와 현대그룹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미국으로 이주한 임규홍 회장은, 카톨릭 연방신용조합에서 15년간 근무하며 금융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그는 상조회 이사로 2년간 봉사한 뒤 지난해 1월 한인상조회 회장으로 선출되었고, 지금도 매일 사무실에 출근해 노인 회원들의 말벗이 되어주고 있다.

“상조회에 오면 부모님들의 마음이 보입니다.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살아계실 때부터 장례비를 모아두는 그 사랑이 너무나 소중합니다. 그 마음을 지키는 것이 제가 할 일이고,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임 회장은 30주년을 맞아 상조회관 건립을 ‘숙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상조회관은 동포들의 애경사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무료로 개방해 공동체의 사랑방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는 “상조회가 앞으로는 한인을 넘어 타민족까지 포용하는 미국 사회의 모범 단체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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