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얼굴에 아침의 찬 기운이 느껴진다. 바깥 기온이 많이 내려갔나 보다. 포근한 이불 속으로 파고들며 다시 잠을 청한다. 뒤척이다 문득 어젯밤에 알람을 맞추어 놓은 이유가 생각났다. 벌떡 일어나 이불을 정리하고 거실로 나가 티브이 앞에 섰다. 유튜브를 여니 매일 만나는 피티(PT)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구령에 맞춰 몸 푸는 간단한 동작을 따라 한다.
운동을 좋아하는 남편은 결혼 후 나와 같이 즐길 수 있는 종목을 찾느라 여러 가지 시도를 했었다. 그는 근처의 공원에 가서 자전거를 타자고 했다. 나는 자전거 안장이 불편해서 안 탄다고 했고, 그는 어딘가 가서 크고 널찍한 안장이 달린 자전거를 사 왔다. 마지못해 집을 나서지만 동네 어귀에서 그만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거리로 나설라치면 사람들과 부딪히거나 곧 넘어질 것만 같아 무서웠다. 공원에서 자전거 길로 바람을 맞으며 한없이 달리고 싶어 하는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플로리다로 이사 와서는 골프 연습장에 매일 저녁 데리고 다녔다. 어느 정도 기본을 익힌 후 처음 필드로 나간 날, 나는 그 필드에서 공을 치는 것보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장과 맑은 공기, 그림처럼 떠 있는 하얀 구름에 더 환호했다.
우리는 차츰 서로에게 없는 것을 찾는 것보다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인정해 주고 그것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친구들과 테니스를 치고 나는 내 책상에 앉아 글을 썼다. 그가 근력 운동을 할 때 나는 드라마를 보며 뜨개질했다. 그는 일 년에 몇 번씩 sectional league에 참가하기 위해 집을 비웠고, 나는 해마다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문학 캠프에 참가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바쁜 일상에서도 틈만 나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뜨개질했다. 체력 관리를 따로 하지 않아도 별문제가 없었던 것은 건강한 체질을 타고난 덕분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일상생활 속에서 뼈와 근육이 약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제라도 건강 관리를 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에 무너지고 말 것 같은 위기감마저 들었다. 결단이 필요했다. 2026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하는 첫날 나 자신과 단단한 약속을 하나 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운동을 먼저 하고 나서 좋아하는 것들을 하기로.
유튜브 속의 피티는 운동 신경이 발달하지 않은 나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온몸의 근육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별거 아닌 것 같은 동작인데도 하다 보면 땀이 줄줄 흐른다.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약속’을 생각하며 참고 동작을 이어간다.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은지, 그때마다 피티는 채널을 돌리지 말라든가, 조금만 참으라든가, 잘하고 있다는 말로 나를 격려한다. 다시 힘을 내서 그를 따라 팔다리를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마침내 그날 분량을 다 마치면 그는 화면에 하트를 마구 날리며 참 잘했다고 칭찬한다.
열어 놓은 창으로 상쾌한 아침 공기가 들어와 땀을 식혀 준다. 근육이 벌써 단단해진 것 같다. 그 느낌이 좋아 내일도 꼭 하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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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옥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