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할 분담·기능적 행위지배 없어…공범들과 비대칭 관계로 판단
▶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엔 “明, 다소 망상적…그대로 믿기 어려워”

법정 출석한 김건희[로이터]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법원은 판결문 곳곳에 김 여사와 공범들 사이 관계의 '비대칭성'을 지적했다.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범행에 대한 의사를 공유하고 역할을 분담해 '기능적 행위 지배'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29일(한국시간) 연합뉴스가 확보한 김 여사의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김 여사가 범행을 함께 공모했다고 보기 어려운 근거들을 열거했다.
그중에서도 2011년 4월 6∼7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선수'인 민모씨, 김모씨가 나눈 문자메시지 대화 내용은 핵심 증거로 제시됐다.
당시 "매수 대기조는 대기만 시켜놔요?"라는 민씨의 질문에 김씨가 "피아가 분명한 팀은 이제 조금씩 사야지. 김건희 등 싸가지 시스터즈 같은 선수들 말고"라고 답한 내용이다.
재판부는 민씨와 김씨가 수익금 정산에 불만을 제기했던 김 여사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시세조종 행위에서 명시적으로 김 여사를 배제하는 듯한 대화를 나눈 것을 토대로 "이들이 김씨와 함께 시세조종 행위를 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배분받은 수익금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지난달 3일 결심 공판에서 재판부가 특검팀에 의견서를 요구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당시 법정에서 재판부는 주가조작 범행 특성상 여러 사람이 함께 공모하는 과정에서 주가 상승을 위한 도구로 사용된 계좌, 시세차익을 얻은 계좌가 각각 다를 것인데 특검팀이 이러한 '차익'을 어떻게 계산했는지 한참 질문한 뒤 의견서를 요구한 바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도 김 여사가 공동정범으로서 함께 수익금을 배분받지 못한 점을 무죄 판단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 상승을 위한 도구로 이용된 것으로 보이는데 주가 상승의 이익을 직·간접적으로 누렸을 다른 계좌의 수익은 배분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대표적으로 김 여사가 2011년 1월 정산받은 수익금을 문제 삼았다. 당시 김 여사는 자신의 계좌 안에서 발생한 매매차익에 대해서만 수익금 정산을 받았다.
재판부는 "공모관계에 있었다면 피고인 계좌에서 발생한 매매차익뿐 아니라 공모한 사람들이 사용한 다른 계좌에서 발생한 매매차익도 함께 고려해 정산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김 여사가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측으로부터 거래 내역이 아닌 수익금 정산 내역만 받은 점, 블랙펄 측이 김 여사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매도 가격을 정한 점 등도 근거로 제시했다.
이처럼 재판부는 김 여사를 공동정범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방조 혐의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특검팀이 애초 김 여사를 공동정범으로 기소했는데, 공소장 변경이 없는 상태에서 성립요건이 다른 '방조범'으로 처벌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해당 기간의 행위들이 설령 방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도 봤다.
2010년 10월∼2011년 1월까지의 주가조작 범행은 2021년 1월 기준으로 10년의 공소시효가 완성됐고, 기소는 공소시효가 끝나고도 4년 반이 지난 지난해 8월 이뤄졌기 때문에 면소 판결이 선고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 여사의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는데, 이 부분에선 명씨의 진술 신빙성을 낮게 평가한 것이 주된 요인이 됐다.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은 "공천은 김 여사의 선물"이라는 명씨의 발언, 명씨가 김 여사에게 2022년 4월 김 전 의원의 공천을 간청하며 보낸 문자 등이 발단이 됐다.
재판부는 명씨에 대해 "자기 능력에 대한 과장이 심하고 다소 망상적인 사람으로 보인다"며 "공천은 피고인의 선물(여론조사 비용 대신에 받은 것)이라는 진술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보낸 문자에 대해서도 "김 전 의원의 공천에 대한 김 여사의 확언이 있었다면 '지난번 말씀처럼 김영선이 공천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는 취지로 보냈을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