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韓’국회허들’ 비례대표 ‘3% 저지조항’ 위헌… “투표왜곡·평등침해”

2026-01-29 (목) 09: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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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정당 유리·군소정당 불리… “정치적 다양성 훼손·선거 대표성 침해 비합리적 입법, 평등권 침해”

▶ 노동당·미래당·민중당·녹색당 등 헌법소원… “새 정치세력 원내진입 차단…국회 자발적개선 어려워”

정당 득표율이 3% 미만이면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수 없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저지조항(봉쇄조항)으로 불리는 해당 조항이, 거대 양당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우리나라 정치구조에서 군소정당과 새로운 정치세력의 원내 진입을 차단하고 거대정당의 세력만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노동당, 미래당, 민중당, 녹색당 등 군소정당과 국회의원 선거권자들이 청구한 공직선거법 조항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현행 공직선거법 189조 1항은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조건을 '비례대표 선거에서 유효투표 총수의 3% 이상을 득표한 정당'(1호) 또는 '지역구 선거에서 5석 이상을 얻은 정당'(2호)으로 정한다.

청구인들은 이른바 '3% 저지조항'으로 불리는 1호가 헌법상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군소정당들은 21·22대 총선에서 3% 이상 정당 득표율을 얻지 못해 비례대표 의석을 못 받았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투표 가치를 왜곡하고 선거의 대표성을 침해하는 현저히 비합리적인 입법"이라며 "평등선거원칙에 위배해 선거권, 피선거권,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못 박았다.

헌재는 저지조항 제도의 목적 자체가 타당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투표의 성과가치에 차등을 둬 사표(死票)를 늘리고 비례성을 약화하며 새로운 정치세력의 원내 진출을 막는 부정적 효과가 있는 만큼 우리나라 정치 상황에서 저지조항이 필요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적 합의의 도출을 방해하거나 의회의 안정적 기능을 저해시키는 정도가 아니라면 군소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의석 배분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어 "거대양당이 확고하게 자리 잡았으며 이러한 경향이 점차 심화하는 우리 정치 현실에서 저지조항은 의회가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기보다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원내 진입을 차단하고 거대정당의 세력만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나아가 저지조항을 폐지하더라도 군소정당의 난립으로 의회 기능이 마비될 우려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저지조항 폐지를 상정해 22대 총선 의석 배분을 다시 계산해보면 의석을 배분받지 못했던 일부 정당이 원내에 진출하게 되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취하고 있어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나라들과는 달리 의회의 통치 기능 확보를 위해 의회 내 다수 세력을 형성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각각 직접선거로 선출돼 각자 민주정 정당성을 갖고, 행정부와 입법부는 독립해 운영되고 의회가 내각을 구성하지 않으므로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의회 내 다수 형성의 필요성이 의원내각제의 경우보다 상당히 작아진다고 부연했다.

또 국회의원 총 300명 중 비례대표 의원이 46명으로 약 15.3%에 불과해 실질적으로는 지역구 의석수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 저지조항의 필요성은 더욱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비례대표가 전국 단일 선거구로 이뤄지고 정수가 46명에 불과해 저지조항을 폐지해도 원내 진출 소수정당이 급격히 늘어나지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헌재는 "지역구 선거는 소선거구·다수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이미 거대정당에 유리하고 사실상 군소정당 후보자의 진출이 어렵도록 설계돼 있고, 거대양당은 위성정당을 창당해 비례대표 의석을 추가로 얻고 있는바 그만큼 군소정당이 원내에 진출할 기회는 작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더해 선거법은 저지조항까지 둠으로써 소수정당의 의회 진입에 이중적 장벽을 설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유권자로 하여금 저지선을 넘지 못 하리라 예상하는 소수정당에 투표를 기피하도록 유도해 소수정당이 원내 진출을 통해 성장할 기회를 박탈한다"며 "정치적 다양성과 정치과정의 개방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짚었다.

헌재는 이런 구조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봤다. 결국 정치의 영역보다는 사법의 영역에서 '위헌' 선언이라는 방법을 통해 지형도를 변화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저지조항의 문제는 국회 내 다수당과 소수당, 혹은 원내 정당과 원외 정당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영역"이라며 "조항 자체의 정당성 내지 저지선 설정의 합리성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국회 내 다수당이 자발적으로 이를 폐지하거나 저지선을 개선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헌재는 최저득표율(비례대표 선거 3% 이상) 또는 최저의석(지역구 선거 5석 이상) 요건 중 어느 하나를 충족하면 의석을 배분받도록 한 현행 조항에서 최저득표율 요건만 위헌으로 선언할 경우 최저의석 요건만 남아 오히려 저지조항 요건이 엄격해지는 결과가 된다는 점에서 두 가지 요건, 즉 공직선거법 189조 1항 전체에 대해 위헌을 선언했다.

다만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오늘날 극단주의 세력이 단순하고 강력한 메시지로 사회에 대한 분노와 불안을 자극함으로써 중도정당보다 빠르게 지지층을 결집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며 "극소수의 지지만을 받는 극단주의 세력이 의회에 진출하게 된다면 그 활동이 크게 고무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두 재판관은 "거대정당에 대한 의석 집중 현상은 저지조항 자체가 원인이라기보다는 지역구 선거에서 적용되는 소선거구·다수대표제, 매우 낮은 비례대표 의석 비율, 이른바 위성정당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온 결과"라며 현재 상황만을 이유로 저지조항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상환·정정미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유효투표총수의 3%는 22대 총선 기준 약 84만표에 해당한다. 이는 제주 전체 선거인의 규모를 상회하고, 세종특별자치시의 2배가 넘는다"며 "이처럼 3% 저지선은 광역자치단체 하나 또는 중소 광역자치단체 2개 이상의 규모에 달하는 국민의 선택을 한순간에 무효로 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인 바, 그 헌법적 의미와 영향이 가볍게 취급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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