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년은 너무 길다”

2026-01-28 (수) 12:00:00 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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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지 1년이 지났다. 지난주 미국의 언론들은 그의 재임 집권 1년을 평가한 다양한 기사와 해설을 내놓았다.

보통 대통령의 1년 평가는 국정, 외교, 경제, 입법의 지표를 기준으로 성과를 살펴본다. 그러나 트럼프의 경우, 정책성과에 관한 것은 하나도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규범 위반과 질서의 붕괴, 민주주의 위기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아울러 집권 1년을 맞아 실시된 뉴욕타임스/시에나 여론조사에서는 등록유권자의 56%가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42%는 트럼프가 미국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답했다.

예측불가능하고 변덕스런 리더십, 뻔뻔하고 독선적인 행보, 국제사회를 향한 호전적 위협과 공격으로 미국과 세계는 2025년 한 해 내내 요동쳤고, 혼란이 계속됐다.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이며 비민주적이고 파괴적인 일들이 얼마나 많이 벌어졌는지, 다 기억하기도 기록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 사법제도에 대한 파괴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다보니, 이제는 엄청난 사건들에조차 무감각해질 정도가 되었다.


지금 미네소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라. 이게 미국인가 할 정도로 무서운 폭력과 학살, 인권침해와 사법찬탈이 대통령의 비호 아래 일어나고 있다. 선량한 미국 시민권자 두 명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이민단속요원들에게 여러 발의 총격을 받고 숨졌는데, 정부가 이에 대한 적법한 수사를 막고 있으니 이 ‘새로운 미국의 민낯’에 누군들 놀라지 않을 것인가.

지난 20일자 LA타임스는 ‘트럼프 재집권 첫해의 11가지 충격적인 조치들’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 열한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불법이민자 단속을 위한 병력과 군대 배치.(1년간 강제추방 35만 명, 자발적 출국 160만 여명 등 약 200만 명이 미국을 떠났다) 2. 덴마크령 그린란드의 점령 위협 3. 백악관 내 연회장 건축을 위해 123년 역사의 이스트윙 철거 4.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납치 축출 5. 의사당 폭동가담자들의 일괄 사면(18~22년형을 받은 중범죄자들까지 600여명) 6.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푸대접 7. 법무부를 동원한 수사와 기소로 정적들 보복 8. 세계에 대한 관세전쟁 유발 9. 이란 핵시설 폭격 10. 엡스틴 파일에 대한 애매모호한 태도 11. 출생시민권 제도 폐지 선언.

이것뿐이랴. 주지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 방위군 통제권을 장악하여 LA, 시카고, 포틀랜드. 멤피스, 뉴올리언스, 미니애폴리스, 워싱턴 DC 등 민주당 우세지역에 무장 연방요원들을 투입, 무자비한 이민단속으로 도시들의 기능을 마비시켰다.

또 연방보조금 동결을 무기로 하버드 등 명문대학들의 보수화 길들이기에 나섰고, 케네디센터에 자기이름을 덧붙이며 문화기관들의 검열을 시작했으며, 연방준비제도(Fed)를 압박함으로써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워 나토동맹의 질서를 와해시킨 것은 물론, 캐나다와 그린란드 베네수엘라에 대한 도를 넘는 영토확장 야욕을 보이는 한편 해상에서 마약밀수가 의심되는 선박들을 파괴하도록 명령, 현재까지 35차례의 공격으로 123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것은 이 모든 일들이 벌어지는 동안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이용해 사적으로 벌어들인 돈이다. 뉴욕타임스는 20일자 사설에서 트럼프가 지난 1년간 재산을 최소 14억 달러나 불렸다고 비판했다. 공개된 정보와 언론기관들의 분석을 기반으로 산출한 이 수치는 실제보다 적게 추산된 것이며 수익은 현재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다.


그 내역을 살펴보면 트럼프는 오만의 호텔, 인도의 오피스 타워, 사우디아라비아의 골프장 등 외국 정부와의 협력이 필요한 20개 이상의 트럼프그룹 프로젝트를 성사시켜 최소 2,300만 달러를 벌었다. 그 대가로 이 정부들에게 유리한 조치를 취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트럼프 부부는 또 ‘멜라니아’ 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 2,800만 달러를 챙겼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은 다큐 판권의 매입에서 다른 입찰자들보다 10배나 되는 4,000만 달러를 지불했는데, 이 중 70% 이상이 멜라니아 개인과 그가 세운 제작사로 들어간 것이다. 베조스는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반독점 소송을 당했고, 국방계약과 우주기업계약 등에서 행정부의 호의가 필요한 상태라 대통령 가족에게 뇌물을 준 것이라는 의혹이 파다하다.

또 많은 IT와 미디어 기업들(ABC 뉴스, X, 메타, 유튜브, 파라마운트)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떼부리기에 합의금으로 지불한 돈이 9,050만 달러나 된다. 어느 것도 정당한 근거가 있는 주장이 아니었지만 기업들은 보복과 후환이 두려워 돈으로 무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한편 트럼프의 가장 큰 수입원은 다양한 암호화폐 판매를 통한 것이다. 트럼프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들은 트럼프 일가의 코인을 구매함으로써 사실상 비밀리에 트럼프에게 돈을 전달하고 있는데, 그 액수가 지난 1년간 최소 8억 6,700만 달러에 달한다.

미국 건국 250주년의 해에 우리는 미국우선주의가 아니라 트럼프 우선주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미국이 이렇게 망가지는 동안 민주당은 무력하고, 공화당은 침묵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한국 정치판에서 유행하던 구호가 생각난다.

“3년은 너무 길다.”

<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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