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에 들려오는 소리
2026-01-05 (월) 08:00:05
최정자/시인
어디에서부터 인지 모릅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릅니다.
사천오백만년 전부터라고도 하고
오천오백만년 전부터라고도 합니다.
끝없는 희망의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태양처럼 붉은 갈귀를 휘날리며
떼지어 달려오는 야생마의 발소리입니다.
두근거리는 밤을 보내고 나면
용서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했던 날들을 보내고 나면
변함없이 찾아오는 새해 아침.
발굽에 편자를 갈아 끼울새 없이 달려야합니다.
꽃피는 봄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어떤 이는 빠르게, 어떤 이는 느리게 걷다가 뛰다가
각자의 속도로 각자 가는 길 멈추지 않았습니다.
물집이 생기는 발바닥, 터지고 피나는 상처,
태어난 땅을 그리워하는
가슴 아린 날들을 견뎌야 했습니다.
네가 알고 내가 아는 마음도 위로할 새 없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때로는 인색한 인심으로 절망하기도 했습니다.
거짓은 정교하고 진실은 어설프기 짝이 없는 현실,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사람같은 세상,
의리나 정체성은 허울뿐이고 수치심을 모릅니다.
현실에서 현실을 낯설어하면 따돌림을 겪지만
변함없는 새해가 말발굽 소리 힘차게 왔습니다.
붉은 말띠 해입니다.
■최정자/시인
시집 9권, 시선집 2권, 산문집 1권,
4회 천상병 시상, 펜클럽 해외 작가상.
미동부한인문인협회 및 국제펜 한국본부 미동부지역위원회 회장 역임
<최정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