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H-1B비자 고임금·경력자에 우선권

2025-12-24 (수) 06:56:04 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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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3월부터 발급규정 대폭 변경, 무작위추첨 대신 임금순 가중치 도입

▶ 일각선 “이민법 위반 소지” 주장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취업비자(H-1B) 발급을 내년 3월부터 현행 추첨제가 아닌 임금 순으로 우선권을 주는 방식으로 대폭 변경한다.

23일 연방국토안보부(DHS)는 H-1B 비자 발급방식을 대폭 개정하는 새 규정을 발표했다. 새 규정은 H-1B 비자 발급 대상자 선정에 있어 기존의 무작위 추첨제를 폐지하고 고임금 및 경력자로 분류된 신청자가 선발될 확률을 높이는 가중치를 주는 추첨 방식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DHS에 따르면 새 규정은 오는 29일 연방관보에 게시돼 내년 2월27일 발효된다.

전문직 취업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는 8만5,000개이며 이 가운데 2만개는 석사 이상 인력에 배정된다. 신청자가 항상 초과하기 때문에 현재는 무작위 추첨을 통해 발급 대상자가 선정된다.


그러나 새 규정은 비자 발급 대상자 선정 방식을 무작위 추첨제가 아닌 고임금·경력자로 분류된 신청자에게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 세부적으로 임금 순으로 4개 등급으로 신청자를 분류하고, 임금 수준이 가장 높은 등급에는 네 차례, 가장 낮은 등급에는 한 차례만 추첨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모든 신청자에게 동등한 추첨 기회가 제공됐다면, 새 규정은 임금이 높은 신청자가 비자 발급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는 확률이 훨씬 커지는 것이다.

DHS의 추정에 따르면 가장 임금이 낮은 1등급의 경우 선발 확률이 15.29%이지만, 2등급은 30.58%, 3등급은 45.87%, 임금이 가장 높은 4등급은 61.16%까지 높아지게 된다.

이 같은 변화는 내년 3월 예정인 2027회계연도 H-1B 비자 신청 때부터 적용된다.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서비스국(USCIS)의 매튜 트라게서 대변인은 “기존 추첨제는 낮은 임금의 외국인 근로자를 대규모로 채용하려는 일부 미국 고용주들에 의해 악용되고 남용되는 문제가 존재했다.

새로운 규정은 더 높은 임금과 숙련도를 갖춘 외국인 근로자에게 취업비자 발급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규정 변경을 통해 미국 근로자에게 피해를 주는 악용 사례를 막고 H-1B 비자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브스에 따르면 과거 H-1B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자를 신청한 유학생의 경우 90%가 근로 경험 등의 부족으로 인해 임금 수준이 낮은 1~2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임금 순으로 H-1비자 선발 방식을 바꾸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막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보다는 경력이 많은 관리자 채용에 보다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새롭게 바뀌는 H-1B 발급 규정이 이민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해 합법 여부를 놓고 법적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H-1B 취업비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영토 밖의 해외 거주자가 H-1B 비자를 신규 신청할 경우 수수료를 종전의 100배 수준인 10만달러로 크게 올리는 포고문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이달 초 국무부는 H-1B 신청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겠다며 신청자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검토하겠다는 지침을 밝혔다.

<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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