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포퓰리즘의 시대, 스포츠와 무예 정신으로 회복을

2025-12-16 (화) 08:12:34 박천재 조지메이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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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미국뿐 아니라 국제 정치는 종종 포퓰리즘과 혐오, 갈등을 동력으로 삼는다.
최근 만연한 정치권의 사적 채팅방 유출 사례들은, 인종차별적 언사와 폭력적 위협이 공개적 무대가 아닌 사적 공간에서조차 당연시된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는 단순한 여론전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윤리와 인간 존엄이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다.

이처럼 '상호 비난과 모욕', '혐오와 배제', '책임 회피'가 정치의 전략이 된 시대에, 우리는 무엇으로 맞설 수 있을까?
나는 스포츠 정신-특히 무예로서의 태권도 정신-이야말로 지금 가장 절실한 회복의 토대라고 믿는다.

스포츠는 본래 상대를 쓰러뜨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 정당한 규칙 아래, 공정하게 경쟁하고, 승패의 결과를 수용하며, 패배에서도 배우고, 상대와 팀, 공동체를 존중하는 윤리의 장이다.


태권도는 여기에 더해, 예(禮)와 상호 절대 존중, 그리고 공공의 이익과 조화(홍익)를 삶의 지향점으로 삼는다.
어떠한 정치적 견해와 이해관계가 있어도, 상대방을 인간으로 존중하고, 대화와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다.

오늘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끄러운 언사와 분열, 그 안에서 사라진 ‘정치의 존엄’은, 스포츠와 태권도 정신이 회복될 때 비로소 되살아날 수 있다.
과거 미국 정치에서는 운동선수 출신 지도자들이 적지 않았고, 그들이 보여준 리더십은 단지 강함이 아니라, 공정성, 책임, 품격이었다.

우리는 다시 묻는다.
정치란 무엇인가? 권력을 쟁취하는 경기인가, 아니면 공동체를 지키는 도(道)인가?
나는 믿는다. 포퓰리즘과 혐오의 정치가 판치는 시대일수록, 스포츠와 무예의 정신이 더 깊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 정신이 정치를 바꾸고, 사회를 치유하며, 평화를 복원할 수 있다고.

<박천재 조지메이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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