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 들이민 그 더러운 목은 순간의 망설임 없이 벨 수밖에 없다. 각오는 되어 있는가.”
전랑외교(戰狼外交- wolf warrior diplomacy)라고 하던가. 시진핑 정권 특유의 공격적인 스타일의 외교를. 다카이치 신임 일본 총리를 향해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가 내뱉은 이 극언이 신호탄이라도 된 것인지 늑대들이 일제히 울부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불장난을 하는 자는 결국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 ‘터진 입으로 계속 싸질러대는…(극도의 비속어)’ 등등.
이로도 모자랐는지 규제의 연속이다. 일본 수산물 수입규제에, 여행금지, 심지어 영화상영 중단까지. 거기에다가 군사적 도발에, 전 방위적인 외교공세를 펴고 있다.
다카이치 일본 총리가 저지른 범죄(?)는 다름이 아니다. 지난 7일 중의원(하원) 답변에서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有事)시’는 일본이 집단 자위권(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대만의 유사시는 일본의 유사시’- 이는 일본의 기본 입장이다. 그 입장을 다카이치는 정직하게, 또한 직설적으로 답변한 것이다. 그러자 베이징은 큰 난리라도 난 것처럼 법석을 떠는 그런 모양새다.
왜 그토록 난리인가. ‘살계경후(殺鷄儆? - 닭을 죽여 원숭이를 훈계한다)의 감이 있다.’ 일각에서의 지적이다. 일본도 일본이지만 서태평양지역의 다른 미국의 맹방들, 한국, 호주, 필리핀 등에 대만문제에 끼어들지 말라는 강한 경고로도 보여 진다는 것이다.
다른 진단도 겻 들여지고 있다. 약자에게 특히 못되게 구는 ‘중국공산당의 본색발로’라는 게 그 지적이다. 협상에 임할 때 먼저 겁부터 준다. 그런 다음 위협하고, 그리고 가능하면 굴복시키려는 게 베이징의 본능이다. 그런 식 접근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그러면 그 때야 유연한 자세를 취한다는 거다.
거기에 하나 더. 반(反)중노선의 아베의 후계자다. 그 다카이치 정권 초기에 기를 꺾을 필요가 있다. 그러니 사단을 일으켜 압력을 가한다. 동시에 일본 내 친(親)중 세력을 동원해 반대여론을 조성한다. 이런 계산도 숨어 있다는 게 월 스트리트 저널의 월터 러셀 미드의 진단이다.
베이징의 파상공세에 다카이치는 선방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의 횡포에 맞서는 강한 여성 총리의 이미지에 일본의 유권자들은 열광, 지지율은 오히려 치솟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카이치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65%,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3%로 나타났다. 그리고 특히 젊은 층, 그러니까 18~29세, 30~39세, 40~49세 응답자의 70% 이상이 다카이치 내각을 지지했다.
그래서인가. 베이징은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왔다. ‘역사 짜깁기’라고 할까, ‘태평양공정(太平洋工程)’이라고 할까. 중국공산당이 전후 국제질서 수호자 역할을 해온 양 허구의 서사를 펼치면서 대만문제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파시즘과 군국주의에 맞서 싸운 동맹이었다. 대만의 중국 귀속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질서의 핵심으로 미국과 중국은 2차 대전의 성과를 공동으로 수호해야한다.’
시진핑이 지난 주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한 발언이다. 이에 덧붙여 중국관영 환구시보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위험한 이유는 중국의 핵심 이익은 물론,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질서의 기초를 흔들고 지역 안정에 막대한 불확실성을 던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 스토리 텔링이 그렇다. 허구에, 날조에 가깝다. 현재의 중국, 다시 말해 공산당 체제의 중국이 미국과 함께 일본군국주의에 맞서 싸웠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1937년에서 1945년 중일전쟁에서 일본침공에 맞서 정면에서 싸워온 것은 국민당의 장제스 정부군이다. 마오쩌둥의 중국공산군은 스탈린의 지령에 따라 일본군과의 충돌을 회피했다.
중국공산당이 전후 국제질서 수호자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완전 날조된 신화다. 그 정반대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PRC)수립이후 중국공산당은 제국주의의 침입으로 상처를 입은 평화애호자 이미지를 투사하는 노력을 펼쳐왔다. 평화의 사도 가면을 쓰고 중국공산당이 실제로 일관되게 펼쳐온 것은 침략과 전쟁 행위였다.
한국전쟁, 6.25 사태에 개입이 그 원형으로 중국공산당은 같은 패턴으로 베트남 전쟁에도 개입, 하노이를 도왔다. 목적은 베트남 자유화가 아니었다. 미국을 약화시키는 것이었다. 중국공산당은 같은 전략을 구사, 미국 더 나가 서방주도 국제질서 파괴를 끊임없이 획책하고 있다.
‘제한 없는 파트너십’을 통해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중동, 더 나아가 우고 차베스에서 니콜러스 마두로로 이어지는 베네수엘라 등 라틴 아메리카의 독재세력들과 전략적 연대를 통해 미국 주도 국제질서 허물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카라카스에서 테헤란, 평양에 이르기까지 국제평화를 위협하는 세력 어느 곳에서나 짙게 묻어나고 있는 것은 중국공산당의 지문이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이재명 정부는 나름의 대만정책이라도 있기는 한 것인가.
일-중 마찰을 이웃집 불구경 하는 듯 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 관광객이 늘겠다며 주판알을 튀기며 희희낙락 하고 있다. 그게 이재명 정부 당국자들이란 소리가 들려와 하는 말이다.
<
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