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도시를 타깃으로 미사일 공격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바로 전개된 것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면침공이다. 2022년 2월24일이 그 날이다.
이후 4년 동안 이미 120여만의 러시아군이 희생됐다. 침공 5년째로 접어들면서 그 수치는 머지않아 150만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전상자 수가 60만에 이른다. 민간 희생자는 1만5000명이 넘고 국내 실향민 370여만을 포함해 1000만 이상의 전쟁난민이 발생했다.
‘언제 총성이 멈출 것인가’- 간절한 평화에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중재하는 종전협상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 가운데 더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그토록 고대해 온 휴전이다. 그러나 휴전은 오히려 ‘더 위험한 시기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총성은 멈추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긴장이 감도는 팽팽한 대치상태에 있다. 러시아는 재무장에 돌입하면서 유럽에서 암살, 사보타주 등 그림자 전쟁에 더욱 치중할 것이다. 유럽도 군비증강에 나서는 한편 함께 러시아에 대해 강경일변노선을 고수한다. 상호 소통부재 상황에서 상호간 의심의 골은 깊어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포린 어페어스의 보도다. 머지않아 이루어질 수도 있는 휴전. 그 이후 유럽이 맞을 수 있는 정황을 이렇게 묘사한 것이다.
휴전, 더 더욱이 푸틴의 무리한 요구가 대폭 수용된 휴전안은 장기적 평화안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 같은 지적과 함께 휴전 이후 러시아와 서방의 직접충돌 가능성은 상당히 높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전쟁은 큰 변화를 몰고 온다. 2차 세계대전, 냉전종식 이후가 모두 그랬다. 전체주의 체제였던 독일과 일본이 민주체제로 거듭난 데서, 또 동유럽에 민주화물결이 몰아친 데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런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나, 러시아 어느 쪽도 결정적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러시아가 붕괴되거나 보다 유연한 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푸틴의 1인 독재체제는 더 경직된 가운데 최소한 당분간이나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백만의 사상자를 냈다는 건 전쟁의 상흔이 그만큼 깊다는 이야기다. 그 상처를 크렘린은 교묘한 선전선동 책동을 통해 서방에 대한 분노감 확산으로 연결시켜 조속한 재무장을 가능케 할 것으로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그렇지 않아도 유럽과 러시아의 적대적 분위기는 날로 고조되고 있다. 그 가운데 벌써부터 유럽대륙에서의 대(大)전쟁 발발가능성 경고음이 경쟁적으로 들려오고 있다.
‘나토가 우리 조국의 영토 침범 채비에 들어갔다.’ 나토를 공격적이고 팽창주의 블록으로 프레임을 씌우면서 푸틴이 지난 2024년 2월에 한 발언이다.
‘오는 2030년까지 유럽의 심장부에서 전쟁발발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푸틴의 발언에 맞대응이라도 하는 듯 그 다음 해 프랑스 정보당국이 내놓은 보고서 내용이다.
이어 독일국방장관, 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등 유럽의 고위당국자들은 ‘5년 내, 그러니까 늦어서 2030년까지 러시아의 서방침공 가능성’을 저마다 경고하고 나섰다.
왜 이 타이밍에, 왜 이런 경고가 잇달고 있나.
‘러시아의 침공은 세 가지 변수가 동시에 작용할 때 가능성이 가장 높다.’ 유럽외교위원회(ECFR)의 지적이다.
그 첫 번째 변수는 우크라이나 전쟁휴전이다. 휴전으로 여유가 생기면 러시아는 병력을 빼돌려 발트 해 지역 국경 전선에 배치할 수 있다. 이는 나토와의 긴장을 높일 수 있다.
두 번째 변수는 군사력 증강이다. 전시경제체제 전환과 함께 러시아는 이미 대대적 전력 증강에 들어갔다. 2025년 러시아군 병력은 23만4000명이 늘어났고 또한 각종 포탄 생산은 침공전인 2021년에 비해 17배나 늘었다는 게 에스토니아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세 번째 변수는 미국과 유럽의 심각한 내분, 이에 따른 나토의 와해상황이다.
이 세 가지 변수가 교집합을 향해 나가고 있다고 할까. 그게 2026년 3월 현 시점의 형국이다.
러시아의 군비증강은 이미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린란드문제로 미국과 유럽 나토회원국의 관계는 날로 소원해지고 있다. 휴전협정 시한은 올 6월로 잡혀 있다. 그러니 불길한 경고가 잇달고 있는 것이다.
전쟁 위험지수를 높이고 있는 또 다른 변수는 유럽전역에서 시도 때도 없이 전개되고 있는 러시아의 회색전쟁이다. 암살에, 사보타주, 역정보작전, 사이버공격…. 유럽 국가들은 대응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도발이 날로 심해지자 적극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해저 케이블 절단 의심을 받는 러시아의 유조선을 나토 해군이 나포한 것이 바로 그 한 예다.
문제는 서방의 적극적 방어자세를 러시아는 공격의사로 의도적 오판을 하려는 경향이다. 이로 인해 회색전쟁은 정면충돌로 이어 질수도 있다는 게 포린 어페어스의 경고다.
이란 전쟁으로 더욱 어지러워진 중동사태, 혹시 그 틈을 타 유럽에서 러시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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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