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야망과 불안의 반영 … 중공군(中共軍) 수뇌 대숙청

2026-02-02 (월) 12:00:00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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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마오쩌둥이 한 말이던가. 총은 다름 아닌 중국공산당의 군대인 인민해방군이다. 그리고 그 수뇌인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중국 권력의 핵심 중 핵심이다.

그 중앙군사위 제1부주석 장유샤가 실각했다. 류전리 중앙군사위원 겸 연합참모부 참모장과 함께. 공표된 실각사유는 ‘엄중한 기율·법률 위반’과 ‘시진핑 집중 체제 훼손’혐의다.

이로서 중앙 군사위는 시진핑 주석을 필두로 한 7인 체제에서 시진핑과 지난해 10월 부주석으로 승진한 장성민만의 2인체제가 됐다. 마치 거대지진이 쓸고 가기라도 한 것처럼.


장유샤는 그동안 ‘시진핑 의형제’로 통했다. 선대(先代), 그러니까 장유샤의 부친 장중쉰과 시진핑의 부친 시중쉰은 국공내전 당시 서북야전군에서 함께 싸운 전우다. 두세대에 걸친 ‘정치적 동반자’ 관계로 군(軍)은 물론이고 당(黨)에서도 실세 중 실세였다.

그 장유샤가 숙청의 칼바람을 맞게 된 것이다. 무엇이 이런 상황을 불러왔나.

‘미국에 핵 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보도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사실이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산권에서 권력투쟁에 패배한 경우 외세와의 결탁혐의가 자주 적용되어 왔으니까. 과거 린바오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그러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장유샤의 몰락, 더 나가 중국공산당 권력의 밀실(密室)인 중앙군사위의 사실상의 와해 상황을 불러왔나. ‘잘 모르겠다’가 정직한 답이 아닐까.

중국공산당 내부 사정은 과거 홍콩을 통해 부분적으로만 전해 졌다. 현재는 그마저 없다. 그런데다가 인민해방군의 동향은 더 폐쇄적이다. 블랙박스와 같다. 그러니….

그럼에도 불구, ‘엄중한 기율·법률 위반 혐의’, ‘시진핑 집중 체제 훼손. 공표된 장유샤 실각사유는 톈안먼 사태이후 최대 정치적 사변인 이번 사태의 배경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2023년 여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전 전선에 걸쳐 돈좌(頓挫)상태에 빠져들었다. 침공에 앞서 푸틴은 전력 강화를 위해 수백억 달러를 퍼부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맞은 것이다. 러시아군 내에 만연한 부패. 그 대가였던 것이다.


모스크바뿐이 아니었다. 베이징도 경악했다. 그런 정황에서 시진핑은 바로 인민해방군 현대화작업 재점검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인민해방군 고위 장성들을 대상으로 대대적 숙청이 이루어졌다.

‘중국 몽(夢)’과 ‘강군(强軍)’을 위한 핵심부대로 2016년 1월 시진핑이 기존의 육·해·공군에 이어 새로 창설해 발족시켰다. 그 로켓군 사령부의 전면적 물갈이가 시작됐다.

중국의 핵전력 대대적 증강의 일환으로 로켓군이 주도해 250개의 탄도미사일 사일로가 건설됐다. 그러나 여기저기에서 부실이 드러나면서 취해진 조치다.

부패문화가 지배하고 있다. 이런 중국 군부의 현실과 맞닥뜨려 시진핑은 2013년 집권과 함께 바로 부패에 찌든 고위 장성들을 무더기로 속아내기 시작했다.

주로 후진타오 시절에 임명된 장성들이 숙청 대상으로 시진핑은 중장 이상 고위 장성을 81명이나 새로 진급시켜 그 빈자리를 채웠다. 장유샤를 기용한 것도 바로 이 작업의 일환에서였다.

동시에 야심적으로 펼친 것이 인민해방군 현대화작업이다. 2012년 6700여 억 위안이었던 국방예산이 2025년에는 1조7800여 억 위안(미화로 2570여억 달러)로 3배 가까이 느는 등 대대적 군비증강과 함께 중국해군은 전함 보유수에서 미국을 앞지르는 등 강군으로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돈이 쏟아진다. 인민해방군 수뇌부는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주무르면서 부패도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그러자 또 다시 펼쳐진 것이 대대적인 군내부패 척결작업이다. 그 결과 시진핑이 새로 발탁한 중장 이상 고위 장성 81명 중 17명이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리상푸 국방부장을 비롯해 허웨이둥 중앙군사위 부주석, 마오화 전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상장 등이 그 면면들로 그 연장에서 장유샤도 실각한 것으로 많은 관측통들은 진단하고 있다. 강군으로 거듭나려는 중공군 현대화는 대만침공에 앞서 군 수뇌부를 먼저 초토화시켰다고 할까.

‘장유샤의 실각은 중국의 권력구조가 동지적 결합에서 절대적 복종시대로 진입했다는 신호다.’ 다른 일각에서의 진단이다. 시진핑 권력은 충성파조차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해 숙청하는 등 스탈린 스타일의 독재 권력을 닮아가고 있다는 거다.

‘결국 시진핑의 평생 동지 장유샤에게로 까지 번진 군부 숙청, 이는 야망과 불안을 동시에 반영한 것으로 권위주의 독재 권력의 강점보다는, 약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월터 러셀 미드의 지적이다.

절대 권력은 지도자를 고립시킨다. 권력자의 주변에는 아부와 거짓말만 늘어놓기 일쑤인 위험 회피 형 인물들만 포진, 스스로의 교정능력을 상실한다. 군부라는 마지막 안정장치마저 초토화 되면서 ‘독재권력의 딜레마’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 시진핑 체제의 중국공산당 통치는 나치 히틀러의 독일, 스탈린의 소련 등 과거 독재 권력이 하나같이 겪었던 말기 사이클의 문턱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는 게 리드가 내린 결론이다.

맞는 진단인가.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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