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무부 직원들에 ‘홍보·자금지원 금지’ 지침 내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에 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세계 에이즈의 날' 행사 기념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1998년부터 매년 12월 1일을 '세계 에이즈의 날'로 기념해 사망자를 애도하고, 에이즈 확산 억제 노력을 환기해왔다.
하지만 NYT가 확인한 이메일에 따르면 국무부는 소속 직원과 국무부 보조금을 지급받는 기관에 '세계 에이즈의 날' 기념에 미국 정부 자금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또한 소속 직원들과 보조금 수령자들이 '세계 에이즈의 날' 행사와 관련 이벤트에 단순히 참가할 수는 있지만 소셜미디어(SNS), 언론 접촉, 연설, 그 밖의 대중을 향한 메시지 등을 통해 '세계 에이즈의 날'을 공개 홍보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토미 피고트 국무부 부대변인은 NYT에 "트럼프 행정부가 감염병 대응 접근 방식을 현대화하고 있다"며 "인식 제고의 날 운영은 전략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결정은 세계보건기구(WHO) 관련 정책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세계 에이즈의 날'을 기념하지 않기로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의에 답하지 않았지만, 사안을 잘 아는 행정부 고위 관리는 이 기념일이 WHO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첫날 미국의 WHO 탈퇴에 서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 원조를 동결해 에이즈 확산 방지와 관련한 세계 각국의 많은 공중 보건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정책이 에이즈 확산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NYT는 연구자들이 모형 분석을 통해 미국과 여타 국가들의 지원 예산 삭감이 향후 5년간 추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1천만명과 추가 사망자 300만명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고 전했다.
HIV 확산 예방 노력을 기울여온 비영리단체 'PrEP4All'의 공동 설립자 피터 스테일리는 "솔직히 말해, 이는 그냥 옹졸하고 적대적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의회 HIV·에이즈 코커스 의장을 맡고 있는 마크 포칸 하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에이즈의 날'에 불참하기로 한 것을 두고 "부끄럽고 위험하다"며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해악"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