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기야가 인근 국가를 제압하고 승리하자 바벨론에서 제일 먼저 사절단을 보내왔다. 히스기야는 자신의 위대함을 열방 앞에 자랑하고 싶었다. 히스기야는 사절단을 이끌고 보물고와 성전으로 들어갔다.
보물과 성물을 다 보여주었다. 히스기야는 하나님이 하신 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자신의 공로를 자랑하는 일에 온통 정신이 팔렸다. 100년 후 시드기야가 왕이 되었다. 시대가 바뀌어 이젠 바벨론이 강대국으로 굴기했다.
복수심이 불타는 바벨론 통치자 느부갓네살이 이스라엘을 침공했다. 느브갓네살은 히스기야가 100년 전에 보여주었던 보물과 성전의 성물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약탈해 갔다.
(송병현의 ‘이사야 강해’ 중에서)
유다의 13대 왕 히스기야의 치적(治積)은 선했다. 히스기야는 아버지 아하스의 우상숭배 정책을 과감하게 개혁하고 신본주의 국정을 회복한 의로운 왕이다.
당시 최 강대국인 앗수르의 산헤립이 군사 185,000명을 이끌고 내려와 예루살렘을 포위했을 때 선지자 이사야의 영적 지도를 받으며 기도 하나만 가지고 승리한 신심이 돈독한 왕이었다. 죽을병이 걸렸을 때 하나님 앞에 겸손히 엎드려 기도하여 병 고침을 받은 기적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승리가 있은 후 히스기야는 자만하여 나라를 위기 가운데로 몰아넣었다. 바벨론이 축하 사절단을 보내왔을 때, 히스기야는 한껏 우쭐해졌다. 사절단에게 궁중에 있는 금은보화는 물론 성전에 있는 모든 기물까지 다 보여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 일이 있은 후 100년이 지나 시드기야가 왕이 되었을 때다. 중동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한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이 쳐들어 와 예루살렘을 유린했다. 그 때 기가 막힌 일이 일어났다. 히스기야가 100년 전에 보여 주었던 궁전의 보물과 성전의 기물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약탈했다. 히스기야의 허세와 교만이 후손들에게 큰 비극을 안겨 준 치욕의 사건이다.
지혜로운 자는 자신의 속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다. 유대인이 자주 쓰는 금언 중에 “은은 무거워야 한다. 그러나 무겁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내면의 은밀성을 지키는 사람이요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사람임을 말하고 있다.
빌 게이츠나 워렌 버펫, 순다 피차이를 보라. 그들의 겉은 언제나 소박하고 평범하다. 그들은 자신을 외모로 말하지 않는다. 내면의 실력과 내공으로 자신을 말한다.
예수의 산상보훈을 펼쳐보라. 선행의 공로를 겸손히 속으로 감추는 ‘은밀성’에 대해서 여러번 강조하고 있다.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 손의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이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가 갚으시리라.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당신은 리더인가. 조용히 내공을 쌓고 은밀한 실력으로 자신을 무장하라. 위대한 뜻을 품을수록, 일하는 의도가 선할수록, 땅속깊이 뿌리내린 포도나무처럼 표나지 않도록 하라. 깊이 갈고 닦은 인격과 영성을 내면 안에 감춰라,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은 말했다. “늘 자신을 재발견할 수 있는 내면이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성소(聖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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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