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 외무차관 “초안 남은 내용 거의 없어…나토 문제 트럼프·젤렌스키에”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19개 항으로 된 완전히 새로운 평화안을 작성했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양국 대통령의 결정으로 미뤄뒀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세르히 키슬리차 우크라이나 외무부 제1차관을 인용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레드라인'으로 여겨지는 내용을 포함한 28개 항짜리 종전안을 마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압박해 왔다. 양국 대표단은 전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를 두고 협상을 벌였으며, 이후 공동성명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전날 협상은 시작하기도 전에 무산될 위기를 겪다가 몇 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 협상에 참여한 키슬리차 제1차관은 FT에 "치열했지만 생산적"이었다면서 양쪽 모두 긍정적이라고 느낄 만한 완전히 수정된 초안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양국 대표단은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합의에 도달했지만, 영토 문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관계와 같이 가장 논쟁이 될 만한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결정하도록 "괄호로 묶어 뒀다"고 한다.
28개 종전안에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 조항이 포함돼 있는데, 우크라이나 측은 영토 관련 결정에는 국민투표가 필요한 만큼 협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
키슬리차 차관은 앞서 언론을 통해 유출된 종전안과 수정안에는 유사성이 적다면서 "원래 안에서 남은 게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각각 본국 대통령에게 이번 협상을 통해 나온 초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그다음에 러시아 측에 접촉해 협상 진전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키슬리차 차관은 말했다.
크렘린궁은 24일 미국과 우크라이나 측 초안을 받아보거나 브리핑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국 협상 대표단 수장들이 들고 나간 초안 사본 외에 나머지 사본은 모두 회수됐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과 루스템 우메로우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 등이 참석했고, 미국에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트럼프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 등이 참석했다.

23일 제네바 협상에 참여한 미국 대표단[로이터]
키슬리차 차관은 미국 대표단이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견해를 경청하고 제안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다면서 "우리가 제안한 거의 모든 걸 (고려 대상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측이 종전안에서 우크라이나 군을 60만명으로 줄인다는 항목을 삭제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미국 측)은 유출된 초안에 있는 우크라이나 군 숫자가 더는 협상안에 있지 않다는 데 동의했다"며 "군은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청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젤렌스키 대통령 측근 일부는 두 정상이 충돌해 이번에 이룬 진전이 도로 역행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FT는 전했다.
키슬리차 차관은 "평화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는지, 아니면 참여하지 않을 1천 가지 이유를 댈지는 러시아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야단법석이지만, 양측(미국과 우크라이나)은 파트너십이 강하며, 정상들을 위해 실행 가능한 문건을 작성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줬다"며 "흥분하고 떠벌리기보단 책임감 있게, 사안의 복잡성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