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스몰딜 한계·근본적 구조 변화 난항 지적… “양측 체제 충돌”
▶ 희토류·1단계 무역합의 이행 등이 주요 쟁점… “핵심사안 밀어놓고 협소한 문제 집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관세 등 무역 협상 담판을 벌일 '부산 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측이 '큰 합의(grand deal)' 없이 협소한 문제에만 집중하면서 무역 전쟁을 둘러싼 핵심 쟁점들은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27일 블룸버그 통신은 "미중 무역 협상가들이 최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발표할 일련의 외교적 성과를 마련해뒀다"며 "이러한 '쉬운 성과'들은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고 있지만, 보다 깊은 갈등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주말 미중 무역 대표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제5차 고위급 무역 협상을 마무리한 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 유예하고 미국은 대중(對中)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자본시장에 팽배한 데 대한 경고의 목소리인 셈이다.
실제 이같은 낙관론을 호재로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는 27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한국 코스피와 일본 닛케이지수도 각각 처음으로 4,000선과 50,000선을 돌파하며 환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미중) 합의가 국가 안보 등 까다로운 핵심 쟁점은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무역 불균형 해소'와 강력히 제한된 중국의 대미(對美) 투자 문제는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쑨청하오 중국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낮게 달린 과일(low-hanging fruit)을 먼저 따면 어렵고 위험도 높은 문제들은 마지막까지 남게 돼 이후의 길이 더 험난해진다"면서 "큰 합의를 이루려면 국유보조금·기술 경쟁·국가 안보 같은 근본적 이견을 다뤄야 하는데, 이 영역은 양측 체제 자체가 충돌하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향후 몇 년간 미중 양국이 큰 합의를 이루기보다는 개별 산업 부문별로 '작은 합의(small deal)'들을 계속 도출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쑨 연구원의 전망이다.
스콧 케네디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 역시 "양측은 핵심 사안을 옆으로 밀어두고, 매우 구체적이고 협소한 문제들에 집중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제 체제나 안보 같은 폭넓은 사안을 정면으로 다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예상했다.
대니얼 크리텐브링크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양측은 지금 당장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지만, 관계의 근본적 구조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어떻게 다룰지가 대표적인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의 말레이시아 협상 뒤 중국의 최근 희토류 수출 제한 강화 조치가 1년간 유예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당초 관련 조치가 도입된 배경인 미국의 대중(對中)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결정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베센트 장관이 "미국의 수출 통제 철회는 (이번)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힌 만큼 시 주석이 관세 완화 외에 추가적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를 고려한다면 '희토류 수출 제한 유예'의 기한도 불확실하다.
미국 외교정책 싱크탱크 아틀랜틱 카운슬의 덱스터 로버츠 선임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중국이 희토류 지렛대를 포기할 일은 절대 없다"면서 "그렇게 하는 것은 바보짓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트럼프 1기 당시인 2019년 체결한 미중 간 '1단계 무역 합의' 이행 문제도 양측이 대립할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로 거론된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6년 전 양국이 타결한 1단계 무역합의를 중국이 완전히 이행했는지에 대해 무역법 301조에 입각해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타결 당시 중국은 지식재산권·기술 이전·농업·금융 서비스·통화와 환율 등 분야에서 정책 개선을 약속하면서, 그로부터 향후 2년간 미국산 상품·서비스 연간 수입액을 2017년 대비 최소 2천억달러(약 286조원)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 합의를 이행하지 못했고, 양측은 합의 불이행의 원인으로 상대방을 지목하며 공방을 벌이는 등 정상회담을 앞두고 '샅바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다만 이번 부산 정상회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쟁점을 다룰 추가적인 대화의 명분은 갖춰진 상태다.
내년 중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미국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재국으로 각각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 시진핑 주석의 방미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과의 회담 결과에 따라 중국에 대한 '1단계 무역 합의' 이행 여부 조사를 중단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자신이 내년 '이른 시기'에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며, 시 주석도 같은 해 워싱턴이나 자신의 개인 소유 별장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