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경 넘는 탈주극 벌인 ‘중국인 마약거물’ 미국에 인도돼

2025-10-24 (금) 10: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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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서 체포… “미 법무부서 카르텔 보스와 동급으로 간주하던 인물”

미주 대륙 내 주요 마약 펜타닐 공급업자로 꼽히던 중국인이 국경을 넘나드는 탈주극을 벌인 끝에 붙잡힌 뒤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됐다.

오마르 가르시아 하르푸치 멕시코 안보부 장관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국제 마약 밀매 범죄자가 쿠바 당국에 의해 체포된 뒤 미국으로 넘겨졌다"며 "그는 멕시코시티에서 가택 연금 조처를 받고 행방을 감췄다가 지난 7월 31일 쿠바에서 덜미를 잡혔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장즈둥(Zhang Zhi Dong)이라는 이름의 이 마약사범은 중국 국적으로, 마약 펜타닐 1천800㎏, 코카인 1천㎏, 메스암페타민(필로폰) 600㎏ 이상을 미국 등지로 밀매·운송·유통한 핵심 범죄자라고 멕시코 당국은 부연했다.


그는 멕시코를 거점으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뻗친 양대 마약 밀매·시카리오(청부살인) 조직인 시날로아 카르텔 및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과 거래하며 물류 중개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장즈둥을 중국 내 마약 원료 물질 생산 업체와 멕시코 내 마약 펜타닐 제조·유통 카르텔 사이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브라더 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장즈둥에 대해 미 법무부는 악명 높은 멕시코 마약 밀매 카르텔 우두머리와 동급의 세계 최고위급 범죄자로 간주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장즈둥은 또 중국인 '화학자'(마약 제조업자)를 데려와 카르텔 내 '실험실'(마약 제조소) 운영자를 훈련한 혐의도 받고 있다고 한다.

멕시코 검찰은 장즈둥이 글로벌 마약 밀매망을 통해 연간 1억5천만 달러(2천100억원 상당) 이상의 범죄 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한다.

장즈둥은 팬데믹 이전에 중국에서 멕시코로 건너와 멕시코 여성과 결혼하고 멕시코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그는 멕시코 법원 결정에 따라 멕시코시티에서 연금 생활을 하며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를 앞두고 있었지만, 지난 7월 감시망을 뚫고 도망쳐 자취를 감춘 바 있다.


이후 개인 전용기를 타고 쿠바로 이동한 장즈둥은 위조 신분증을 들고 러시아로 갔다가 입국하지 못한 채 아바나로 되돌아 와 붙잡힌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전했다.

로널드 존슨 주멕시코 미국 대사는 장즈둥에 대한 미국 인도에 "매우 잘된 일"이라며 "국가가 서로 협력할 때 그 혜택을 보는 건 국민들"이라고 엑스에 적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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