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돈로주의’ 美, 카리브해에 항모까지 배치… “마약테러리즘 대응”

2025-10-24 (금) 10: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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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유입차단 명분으로 ‘앞마당’ 군사력 강화…좌파집권 국가들 주타깃

▶ 카리브해서 첫 야간 공격으로 10번째 ‘마약선박’ 격침하기도

‘돈로주의’ 美, 카리브해에 항모까지 배치… “마약테러리즘 대응”

미 해군 제럴드 포드 항모[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국가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 차단을 목적으로 카리브해에 항공모함까지 배치했다.

숀 파넬 국방부(전쟁부) 수석대변인은 24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성명에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토를 방어하는데 있어서 초국적 범죄 조직들(TCOs)을 해체하고 마약 테러리즘에 대응하기 위해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제럴드 R. 포드 항모전단과 항모 항공단을 미 남부사령부(USSOUTHCOM) 관할 지역에 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남부사령부 관할 지역은 중남미와 카리브해, 파나마 운하, 대서양 일부 등이다.


최근 미군은 카리브해와 중남미 연안 동태평양 등지에 군함과 전투기를 배치해 미국으로 운반되는 해상 마약 밀수 경로에서 마약 운반선을 격침해왔다.

이번 항모 배치로 카리브해에서 미군 전력은 눈에 띄게 확대될 전망이다.

파넬 수석대변인은 "남부사령부 관할 지역 내 미군의 증강된 병력 배치는 미 본토 안전과 번영, 서반구 안보를 위협하는 불법 행위자 및 활동을 탐지·감시·차단하는 미국의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 전력은 마약 밀수를 차단하고 TCO를 약화·해체하기 위한 역량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조치는 미군의 카리브해 병력 배치에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이들 국가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한 조처로 풀이된다.

이들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비난해온 진보좌파 정권이 통치 중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해상 작전뿐 아니라 육로에서의 마약 밀수까지 차단할 방침을 시사한 가운데 이번 항모 배치는 향후 지상 작전 지원을 위한 사전 조처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일컫는 '돈로주의'(Donroe Doctrine)를 더욱 강화·가속화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유럽의 간섭을 배제하고 미주 대륙 국가들의 자주성을 강조한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의 '먼로주의'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 '도널드'를 합성해 만든 돈로주의는 고립주의 속에 '세계 경찰' 역할을 이어가는 것을 거부하면서도 자국 이익을 위해서는 서반구를 중심으로 최강 군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카리브해에서 마약을 밀수하던 선박을 또 격침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마약 운반선'이라고 주장하면서 격침한 사례는 이번이 공식적으로 10번째다.

헤그세스 장관은 엑스에 "밤사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정 테러 조직인 트렌 데 아라과가 운영하는 선박에 치명적인 물리적 공격을 수행했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 정보기관에 의해 불법 마약 밀수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된 이 선박은 마약 밀수 경로를 따라 이동 중이었고 마약을 운반 중이었다"고 덧붙였다.

헤그세스 장관은 또 "공격 당시 선박에는 6명의 남성 '마약 테러리스트'가 타고 있었으며, 6명 전원이 제거되고 미군에는 피해가 없었다"며 "이 공격은 공해상에서 수행됐고, 첫번째 야간 공격이었다"고 설명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번에도 작은 선박을 공격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올렸다.

헤그세스 장관은 "당신이 우리 반구에서 마약을 밀수하는 마약 테러리스트라면 우리는 당신을 알카에다처럼 취급할 것"이라며 "낮이든 밤이든 당신의 네트워크를 추적하고 조직원을 감시하며 추적해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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