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렘린궁 “6개월 뒤 진짜 어떻게 되는지 보자”
▶ 드미트리예프 특사 “美 초청으로 방문…러 국익 기반 대화에 초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로이터]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변함없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다 미국과 유럽의 잇단 제재만 받게 됐다.
미·러 정상회담이 사실상 무산됐지만 러시아는 "제재로 인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며 고자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타스·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현재 우리는 정의되고 발표된 제재를 분석하고 있다"며 "물론 우리는 우리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우리 행동의 주된 것"이라며 "다른 누군가에 대항해서 행동하는 게 아니라 우리 자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이것이 우리의 행동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개최하려던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밝힌 뒤 루코일, 로스네프트 등 대형 러시아 석유회사와 그 자회사들에 제재를 가했다. 수 시간 후 유럽연합(EU)도 러시아에 대한 19차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
지난 16일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로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면서 러시아는 평화 협상에서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우위에 서는 듯했으나 며칠 새 상황이 돌변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을 둘러싼 양국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실망한 트럼프 대통령이 태도를 바꿨다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정상회담 합의 이후에도 '근본 원인 제거'를 강조하며 우크라이나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거듭 제시했다.
러시아는 이러한 상황에 타격받지 않는다며 태연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자존심 있는 국가와 국민은 압박 속에 어느 것도 결정하지 않는다"며 제재를 통한 압박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제재가 특정한 결과를 내겠지만 러시아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6개월 뒤에 결과를 알려주겠다"며 맞섰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정말로 지켜볼 것이다. 6개월 뒤에 무엇이 일어나는지 볼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 어떤지 보고 있다. 1년 전, 2년 전에 무엇이 일어났는지 보고 있으며 6개월, 1년 뒤 무엇이 일어날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 상황으로 인해 수년간 러시아에 각종 제재를 부과했지만 러시아 경제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러 정상회담이 무산됐다는 분석에는 "아무도 정확한 회담 개최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일축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분간 정상회담 개최를 고려하기를 중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이틀간 그는 정상회담 개최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그런 견해에 동의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EU는 19차 체재 패키지를 채우기 위해 통 밑바닥을 긁으려고 애썼다"며 "러시아는 불법적이고 일방적이며 강압적인 모든 조치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연히 우리는 최근 제재 패키지에 효과적이고 강력한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사를 미국에 보내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의 해외투자·경제협력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 대표는 이날 엑스(X)에 "미국과 러시아의 대화를 계속하기 위해 미국에 도착했다"며 "이 방문은 오래전 미국의 초대로 계획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대화는 세계에 중요하고, 러시아의 입장과 러시아 국익을 완전히 이해하는 가운데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그는 미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러시아의 국익이 반드시 존중돼야 하고 기본적으로 비우호적 조치인 제재들이 러시아 경제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러시아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미국과 계속 대화할 것"이라며 "양국의 경제 협력 잠재력은 여전히 있지만 러시아의 이익이 존중될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오는 25일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만난다는 미국 매체 보도와 관련해 "미국 정부의 여러 대표와 소통할 것이며 한 회의는 공개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논의는 비공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영국과 유럽 국가들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와 미국 간 대화를 방해하고 있으며,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실패한 정책을 따라 하거나 채택하면 안 된다는 점을 미국 측에 전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