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MP 보도… “전문성 아닌 정치적 충성도로 평가…美 발등 찍을 것” 경고 나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연구비 삭감과 억압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과학자들이 중국의 문화대혁명 당시처럼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현지시간)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시대에 미국 내 중국계 연구자들에 대한 적대감이 확산하면서 지식인들을 무차별 처단했던 중국 현대사의 불행한 시기인 문화대혁명 때 혼란과 유사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계 연구자들이 결국 고국행을 택하는 사례까지 늘면서 미국 과학계의 두뇌 유출 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SCMP와의 인터뷰에 응한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커리어가 '카오스'(대혼돈)에 빠졌다고 묘사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미국 중서부에 기반을 둔 한 중국계 생물학자는 한때는 은퇴할 때까지 미국에 머물 계획이었으나 내년에 중국으로 돌아갈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한 그는 트럼프 1기 때는 중국인 스파이를 색출하는 작전인 '차이나 이니셔티브'를 견뎠고 이후에는 코로나19의 기원과 관련한 괴롭힘까지 감내했어야 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광기 수준"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거주하는 연구자 출신 비평가 팡스민은 소셜미디어에서 "새로운 트럼프 시대의 '문화대혁명'은 전문성보다 정치적 충성을 우선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계의 자리들이 트럼프에게 충성하는 비전문가들로 채워질 것"이라면서 "그들은 미국의 과학연구를 파괴하라는 위대한 지도자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백악관은 올해 초 주요 과학기관의 예산을 삭감한 것은 물론 최근 들어 미 항공우주국(NAS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직원들을 무더기로 해고했다. 중국 출신 학생과 연구자들에 대한 비자 취소 조치로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중국 초대 주석인 마오쩌둥 통치 시기에 벌어진 문화대혁명 당시에는 중국 최고의 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 산하 연구기관 수가 100여곳에서 10곳 미만으로 줄었었다.
물론 교수를 포함한 지식인들이 공개적인 모욕을 당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하는 등 폭력적이고 잔혹한 수준의 당시 박해는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는 억압과 배제에 비견할 수준은 아니다.
다만 중국이 문화대혁명으로 과학 연구 수준이 수십 년 뒤처지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 것처럼 미국 또한 그런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듀크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의 객원교수인 데니스 사이먼은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중국을 포함한 외국계 출신의 연구자들이 해외로 내몰리게 되면서 미국의 연구개발 분야에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문성이 정치적 충성심 문제로 배제되는 경우를 봤다면서 "진정한 전문성의 가치가 무너뜨리는 것은 미국이 스스로 제 발등을 찍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