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병원에서 나이지리아 출신 남성이 아내의 신분증을 이용해 두 달 동안 간호사로 근무한 사실이 드러나 놀라움을 주고 있다.
최근 데일리메일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루시우스 은조쿠(33)는 여성 간호사의 신분증을 도용해 영국 국영의료시스템(NHS) 산하 병원 응급실에서 수개월간 근무한 혐의를 인정했으나 실형을 면했다.
은조쿠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체셔주 ‘카운티스 오브 체스터 병원’에서 간호사 조이스 조지(32)의 명찰을 달고 보조 의료 직원으로 일했다. 그는 조지의 이름과 사진이 붙은 명찰을 착용한 채 환자 세면, 옷 갈아입히기 등 기본 간호 업무를 수행했으며 동료들은 그의 신분을 의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 환자가 “당신이 정말 조이스 맞나요?”라고 물으면서 정체가 드러났다.
조사 결과, 나이지리아 국적의 조지는 외부 에이전시를 통해 해당 병원에 채용됐으나 이후 남편 은조쿠가 자신의 이름으로 교대 근무를 하도록 허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조지의 자택을 급습해 은조쿠를 체포했으며 두 사람의 휴대전화에서는 병원 근무 일정을 조율한 문자 메시지가 발견됐다.
체스터 치안법원은 사기 혐의를 인정한 은조쿠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2개월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무급 봉사와 함께 약 239파운드(한화 약 45만 원)의 소송 비용을 부과했다.
은조쿠 측 변호인은 “그가 실제로 간호사 자격을 갖추고 있었지만, 근무 당시 안전검증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취업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며 “병원 경영진이 그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판사는 선고에서 “안전검증이 필요한 직종에 허위 신분으로 들어갔다”며 “비록 자격이 있고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더라도 시스템을 훼손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환자 피해는 없었지만 시스템 접근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학생 비자로 영국에 입국한 은조쿠는 현재 NHS에 근무 중인 아내의 취업비자에 부양가족 자격으로 머무르고 있으며 추방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공범으로 지목된 조지는 사건 직후 나이지리아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지 당국은 조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