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구단의 세기의 바둑 대국에서 알파고의 4:1 완승으로 끝나자,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었다는 놀라운 뉴스가 전해졌고, 10여년이 지난 2022 년 봄, 챗GPT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AI 의 추격 속도에 세상은 놀라고 있다.
이젠, AI의 완성으로 인간의 도움없이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출현이 늦어도 10년 이내에 인간 지능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관련기업의 발표에 전세계가 긴장하며 주목하고 있다. 현대 과학혁명인, 스마트폰의 출현이 불과 20여년 전 이었음을 감안할 때, 우리는 AGI 시대의 도래를 기정사실로 받아드릴 수 밖에 없을 듯하다.
한국이 의장국으로, 주최한 올해 UN (Security Council)은 AI 가 몰고 올 정보의 왜곡, 불평등의 심화로 인한 인류사회에 가져올 윤리적문제에 대해 각국 대표단의 진지한 대응, 토론이 있었다.
인간이 통제 불가능한 인공지능 문제로 야기될 수 있는, 폐해를 넘어 이 이질적인 지능을 잘못 다룰경우, 지구에서의 인간지배만 끝내는게 아니라, 우주를 완전한 암흑으로 만들지도 모른다는 경고음도 함께 들려온다. 인류는 지난 오백여 년의 과학혁명을 통해 신에 버금가는 힘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손에 넣은 그 힘으로 인해 인류 스스로를 실존적 위기에 밀어 넣었다.
그리스의 파에톤 신화는 태양신 헬리오스의 아들임을 알게 된 소년이야기다. 파에톤은 신의 아들임을 증명하고자, 아버지 헬리오스에게 태양마차를 몰게 해달라고 조른다. 그는 파에톤에게 태양마차를 끄는 천상의 말들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아들이 고집을 부리자 결국 태양신은 마음이 약해져 태양마차를 허락한다. 하늘로 올라간 후 파에톤은 실제로 마차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다. 태양이 경로를 이탈하여 초목을 불태우고 많은 생명을 죽인 후 지구자체를 태워 버리려는 찰나, 제우스가 개입하여 파에톤을 벼락으로 친다.
교만한 인간은 불길에 휩싸인 채 별똥별처럼 하늘에서 떨어지고, 신들은 하늘의 통제권을 되찾는 이야기다. 파에톤 신화가 21세기 AI의 시대를 사는 인류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우리가 그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것도 사실인 듯하다. 컴퓨터는 이제 직접 신화를 창조하고 관리할 태세다. 이대로 가면 역사에서 인류가 지배하는장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서늘한 전망을 내놓는다.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 낯선 지능을 소환한 것이 치명적인 실수가 될지, 아니면 생명 진화의 희망찬 새장을 여는 시작이 될지, 판가름날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 속담 중, 삶의 속도와 영혼과의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한 원주민이 말을 타고 광야를 너무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누군가 같이 가자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 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다시 말을 달리기 시작을 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후 뒤에서 그의 영혼이, “주인님 같이가요!”라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그러자 그 원주민은, 말에서 내리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삶에 쫒겨 생각없이 너무 빨리 달려왔구나. 내 영혼이 아직 따라오지 못했으니, 여기서 잠시 쉬며, 영혼이 나를 따라잡을 때까지 기다렸다 함께 가야겠다.”고
현대 AI 가 주도하는 현기증 날 정도의 변화의 속도 속에 우리는 자신의 내면, 영혼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속담이다.
유발 하라리는, 40억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지구상의 생명체는 자연선택의 역사였다. 그러나, 과학혁명은 자연선택의 법칙을 지적설계의 법칙으로 대체하고 있다. 그 전환의 문턱에선 사피엔스는 아직 신이 못되고 여전히 사피엔스일 뿐이다 라고 말했다.
하라리는 아직은 호모데우스가 되지 못한 사피엔스에게 다음과 같은 경고를 남겼다.
“너 자신을 알라”고! 여전히 소크라테스의 명언은 유효하다.
기술과 과학을 신격화해 우리 스스로 인간됨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2,500년전,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은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으며, 도는 자연을 본 받는다”는, 노자 도덕경의 오랜 지혜가 아득하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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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응남/변호사·15대서울대미주동창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