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멕시코에 ‘비자 장벽’… “정치인 최소 50명 취소돼”

2025-10-14 (화) 10: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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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터 “마약·조직범죄와 연관 지어 입국 금지 규모 키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 정치인 최소 50명의 비자를 취소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멕시코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멕시코 정계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에 "집권당(국가재생운동) 소속을 포함해 적어도 50명의 정치인이 미국 입국 비자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미국 측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 (당사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 매체인 '프로퍼블리카'도 미국 당국이 마약 밀매 카르텔 또는 조직범죄 단체와의 연루 가능성을 이유로 멕시코 정치인들의 비자를 취소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미국 비자 취소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한 건 마리나 델필라르 바하칼리포르니아주(州) 주지사를 포함한 4명 정도다.

델필라르 주지사는 지난 5월 "알 수 없는 이유로 미국 비자가 취소됐다"며 미국 측 조처에 대해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부 미국 대사들은 로이터에 미국 이전 행정부에서 역시 이런 방식으로 외국 정치인들의 비자를 취소한 적이 있으나, 이번처럼 대규모로 진행된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트럼프 정부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외교적 수단을 활용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견해도 곁들였다.

토니 웨인 전 주멕시코 대사(2011∼2015년)는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피력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관세 부과,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협상 가능성, 마약·총기 밀매 차단, 이민자 억제 등 미국과 얽혀 있는 난제에 직면해 미국 정부와 비교적 긴밀히 협력하는 자세를 견지했다.

그러면서도 국경을 넘나드는 군사행동 가능성 등 미국의 일방적인 조처에 대해서는 "주권을 침해하지 말라"며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멕시코 정치인에 대한 광범위한 입국 제재는 셰인바움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지나치게 비싼 정치적 비용'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다른 중남미 국가를 상대로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비자 장벽을 쌓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달 미국 방문 중 '선동을 했다'는 이유로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에 대한 비자를 취소한 데 이어 브라질에 대해선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재판과 관련한 불만 제기와 함께 대법관 및 정부 고위 관료에 대해 입국 제한 조처를 내렸다.

코스타리카에서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1987년)인 오스카르 아리아스 전 대통령이 트럼프에 대해 "로마 황제 같다"며 그의 외교 정책을 힐난한 뒤 "알 수 없는 이유"로 미국 비자 취소 처분을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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