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희토류·입항료·반독점조사…경주담판 앞두고 협상력 올리는 中

2025-10-10 (금) 10: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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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미 통제 조치 잇달아 발표…美 반도체 수출 통제에 희토류로 보복

▶ 선박 수수료 부과엔 ‘맞불’…美퀄컴의 기업 인수도 제동
▶ 선박 수수료 부과엔 ‘맞불’…美퀄컴의 기업 인수도 제동

중국이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미(對美) 압박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고 있어 그 배경과 양국 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세 휴전 만료까지 한 달여를 남기고 좀처럼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희토류 수출 통제에 이어 미국 선박 대상 입항료 부과 방침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회담 테이블에 올릴 협상 카드를 다각화하는 모양새다.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미중 정상의 대면 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영향력을 더욱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며칠 동안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여러 무역·경제 통제 조치를 잇달아 내놨다.

지난 9일에는 희토류 합금 수출 통제 강화 방침을 발표하며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에 정면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FT는 이에 대해 "제3국을 통해 미국이 중국의 일부 반도체 관련 제품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중국 당국은 이어 10일에는 오는 14일부터 미국 관련 선박에 대해 순t(Net ton)당 400위안(약 8만원)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중국 운항 및 중국산 선박 대상 입항료 부과에 대한 보복 조처의 일환이다.

앞서 미국도 오는 14일을 기준으로 중국 선박에 t당 50달러(약 7만1천원)의 입항료를 부과하고 순차적으로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10일에는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자동차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오토톡스'(Autotalks) 인수에도 제동을 걸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은 퀄컴이 오토톡스를 인수하면서 법에 따라 경영자 집중을 신고하지 않아 중국 반독점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2008년 이스라엘에 설립된 오토톡스는 자동차 분야 V2X(차량-사물 간 통신) 전문 반도체 팹리스로 올해 6월 미국 퀄컴에 인수됐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과 중국의 일련의 조치들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이 협상 '지렛대'를 쌓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경제 리서치 업체인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에번스-프리처드 중국 담당 책임연구원은 "(중국의) 강경한 접근은 위험성이 크며 미중 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중장기적인 지정학적 목표에 따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그간 답보 상태에 빠졌던 양국 무역협상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무역 협상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내가 미국 측 대표로 중국과 무역협상을 이끄는 상황에서 가장 위안이 되는 건 양국 지도자 간 상호 존중이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중 무역협상은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한 등의 이유로 교착된 상황이다.

베선트 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양국 수석대표로 한 협상은 그간 4차례 진행됐으며, '관세 전쟁' 휴전을 11월 10일까지로 연기해놓은 뒤 별다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시티그룹 경제학자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초 확인된 '강한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의 부정적 효과를 감안할 때, 미중 간 관세 휴전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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