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자휴전에 ‘청출어람’ 트럼프 맏사위 주목… “난 부동산업계 출신, 협상 익숙”

2025-10-09 (목) 08: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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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합의한 뒤 세부사항 조율하는 부동산 협상방식 적용해 휴전 성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44)가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는 장인의 기대에 부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휴전 합의를 이끌어낸 주역으로 쿠슈너를 지목했다.

뉴욕의 부동산 재벌가 출신인 쿠슈너는 트럼프 1기 시절 백악관 선임보좌관으로 미국의 중동 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다.


유대계인 그는 지난 2020년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아랍국가들의 수교를 성사시키는 등 활약을 펼쳤지만, 2기 행정부에서는 아무런 직책도 맡지 않았다.

그러나 재선에 성공한 뒤 미국 외교의 최대 난제 중 하나로 꼽혔던 가자지구 전쟁 해결을 위해 고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쿠슈너에게 중책을 맡겼다.

전통적인 미국의 외교·안보라인 대신 뉴욕 부동산 업계에서 협상의 기술을 쌓은 쿠슈너가 협상을 성사하는데 적임자라고 본 것이다.

쿠슈너는 "뉴욕 부동산 업계에선 계약을 하고 실제로 돈이 오가기 전까지 협상할 게 많다"며 "우리는 복잡한 인물들과 복잡한 거래를 하는 데 익숙하다"고 말했다.

뉴욕 부동산 업계에선 우선 합의부터 한 뒤 세부 사항은 나중에 협상을 통해 조율하는 것이 상식이라는 것이다.

가자전쟁 휴전 합의 과정에서도 뉴욕의 부동산 협상 원칙이 적용됐다.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에 대해 하마스가 인질 석방에만 동의하고 무장 해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쿠슈너는 이스라엘에 "긍정적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무장 해제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 등에 신경 쓰지 말고, 인질 석방이라는 발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결국 트럼프 평화 구상 첫 단계를 즉각 이행할 준비가 됐다고 발표했고,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다.

쿠슈너는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나는 협상을 성사하기 위해선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방이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상대방을 얼마나 밀어붙일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친구인 위트코프 중동특사도 뉴욕의 부동산 재벌이다.

쿠슈너는 전통적인 외교·안보라인의 협상 방식에 대해 "교수나 외교관 출신들은 경험이 많다"면서도 "우리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민간인 신분인 쿠슈너가 미국의 외교 분야에서 '막후실세'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대해 일각에선 비판도 제기된다.

그가 설립한 사모펀드 '어피니트 파트너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 펀드' 등의 투자를 유치해 수조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중동에서 광범위한 사업을 벌이는 쿠슈너가 중동 외교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휴전 합의를 성사한 데 대해선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찬사가 나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주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토머스 나이즈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쿠슈너는 충분히 인정받아야 한다"며 "그는 네타냐후를 다루는 방법을 잘 알고, 아랍 국가들에 대한 이해도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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