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1958) ★★★★★(5개 만점)
다채롭고 장난치듯 하는 멋진 스타일의 스파이 스릴러로 잘 생기고 멋진 배우들의 매력과 연기, 대가급의 기술과 넉넉한 유머, 성숙한 남녀의 은근한 로맨스 그리고 우여곡절이 심한 플롯 등 때문에 여러 번 보아도 새롭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다.
히치콕 특유의 멀쩡한 사람이 오해를 받고 궁지에 몰려 계속해 도주하는 혼란과 악몽의 ‘체이스 무비’로 특히 영리하나 다소경박한 광고회사 고급 간부로 나오는 케리 그랜트의 냉소적이고 독립적이며 또 화려한 멋쟁이 모습과 신사 풍 매력이 근사하다.
그랜트 외에도 고상한 에바 마리 세인트와 신사 스파이 제임스 메이슨의 모습과 연기도 좋다. 음악은 ‘사이코 등 히치콕의 여러 작품의 음악을 작곡한 버나드 허만이 작곡했다. 히치콕은 늘 하는 버릇대로 여기서도 영화 첫 부분에 잠깐 자기 모습을 내비춘다.
멋쟁이긴 하지만 이혼을 두 번이나 하고 다소 경박한 뉴욕의 광고회사 고급간부 로저 손힐(그랜트)이 대낮에 플라자호텔에서 적국 스파이 두목 필립 밴댐(메이슨)의 졸개들에 의해 납치된다. 이들은 손힐을 CIA요원 조지로 오인, 납치한 것인데 필립은 손힐이 자기가 원하는 조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버번을 병 채로 손힐의 입안에다 부어 넣은 뒤 차에 태워 내보낸다.
죽지 않고 살아난 손힐은 조지의 호텔 방에서 단서를 잡고 자기 납치사건의 의문을 해결해줄 수 있는 외교관 타운센드를 찾아 UN빌딩으로 간다. 손힐이 타운센드와 대화를 나누는데 타운센드가 필립의 졸개가 던진 칼을 등에 맞고 쓰러지면서 손힐은 살인범으로 몰려 이때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해 도망다닌다.
손힐은 이어 조지를 찾아 시카고 행 열차에 오르는데 열차 안에서 아름답고 우아한 이브(에바 마리 세인트)를 만나 그의 도움으로 경찰을 따돌리고 이브의 주선으로 시카고 교외의 광활한 들판에서 만나기로 한 조지를 기다린다. 그러나 조지는 나타나지 않고 살충제 살포 비행기로부터 기총소사 세례를 받아 죽다 살아나다 시피 한다.
손힐은 이브의 뒤를 추적, 예술품 경매장에서 이브가 필립과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고 눈물을 머금는 이브에게 냉소적인 모멸의 말을 쏟아 붓는다. 여기서 일부러 벌인 소란으로 손힐은 경찰에 체포되는데 이때 CIA 고위 간부가 손힐 앞에 나타나 조지와 이브와 필립의 정체를 밝힌다.
마지막 부분 한밤에 마운트 러시모어의 명물인 링컨 등 미 대통령의 큰 바위 얼굴 위를 타고 넘는 필립 일당과 손힐과 이브간의 쫓고 쫓기는 장면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데 이 장면이 열차 침대칸 장면으로 넘어가는 급격한 컷이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