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셧다운 ‘네 탓’ 공방, 국민을 먼저 보라

2025-10-0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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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가 7년 만에 문을 닫았다. 예산안 처리 불발로 수십만 명의 공무원이 무급 휴직에 들어갔고, 공공 서비스 상당 부분이 마비됐다. 그러나 책임을 져야 할 정치권은 국민의 불편과 불안을 외면한 채 ‘네 탓’ 공방에만 몰두하고 있다. 백악관과 공화·민주 양당이 서로에게 셧다운의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은 정치의 실종, 협치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번 셧다운의 핵심 쟁점은 건강보험 지원 문제였다. 민주당은 오바마케어(캘리포니아의 경우 커버드 캘리포니아) 보조금 연장과 메디케어 예산 복구를 요구했으나, 공화당은 불법 이민자들이 그 혜택을 받는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결국 피해자는 국민이다. 특히 커버드 캘리포니아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두 배 가까이 치솟을 수 있다는 점은 중산층과 서민 가계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또 캘리포니아만 해도 약 15만명의 연방 공무원이 무급 휴직에 들어가고, 항공·관광·교육·환경·이민 서비스 전반이 타격을 입는다.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사회보장연금과 메디케어는 지급되지만, 민원 처리는 수주일 이상 지연된다. 국립공원은 화장실조차 관리되지 않아 관광업계가 큰 손실을 입을 것이고, 연방 연구비에 의존하는 대학 연구도 중단된다. 결국 소비 위축, 경제 침체로 이어져 국민 전체가 고통을 감당하게 된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출구 전략을 모색하기보다 상대 비난에 몰두하고 있다. 백악관은 홈페이지에 “민주당이 셧다운을 일으켰다”는 문구를 띄우며 여론전을 벌이고, 민주당은 “공화당의 셧다운”이라 반박한다. 국민을 인질 삼아 권력 다툼을 이어가는 무책임한 태도다.

정치는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다.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언제까지고 국민 생활을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 공화·민주 양당은 당리당략을 접고 조속히 협상의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승자가 없는 정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합의와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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