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金에 시계준 로봇개 사업가, 직무관련성 드러나 청탁금지법 대상
▶ ‘1천790만원 계약 따려 5천만원 시계?’…뇌물 입증은 난항 전망
▶ 경호처 시범운영 계기 본격 사업 준비…특검 ‘잠재적 이익’ 의심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시계를 선물하며 사업 편의를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성빈씨에게 어떤 혐의를 적용할 것인가를 두고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시계 선물의 대가성을 규명하는 일이 될것으로 보인다.
23일(이하 한국시간)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서씨에게 적용할 혐의로 청탁금지법 위반죄와 형법상 뇌물공여죄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참고인 신분인 그는 2022년 9월 김 여사에게 시가 5천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선물했고 그 무렵 경호처와 1천790만원 상당의 로봇개 시범운영 계약을 맺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정황만으로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배우자에게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1회에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주는 이를 처벌 대상으로 명시한다.
선물의 대가성과 무관하게 직무 관련성만 입증되면 혐의가 구성되는 구조다.
서씨 사례에선 공무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인데, 통상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은 매우 넓게 인정된다. 따라서 경호처와 사업계약을 맺고자 한 서씨가 고가 시계를 선물한 것만으로도 청탁금지법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처벌 강도가 더 높은 뇌물공여죄의 경우 직무 관련성에 더해 대가성도 입증해야 적용할 수 있다.
서씨가 김 여사에게 구체적인 부탁의 대가로 시계를 건넨 사실이 규명돼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김 여사와 공모해 윤 전 대통령이 서씨가 경호처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관여했거나, 적어도 이런 상황을 알면서 서씨의 계약 사실에 눈감아줬다는 점도 확인돼야 한다.
특검팀은 서씨가 해당 계약에서 예상되는 홍보 효과를 토대로 향후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려고 한 게 아닌지 의심한다. 시계 선물은 경호처 계약이 향후 제공할 '잠재적 사업기회'의 대가가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서씨는 경호처 계약 이후 로봇개 관련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지며 이를 입증하는 게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일 세 번째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온 서씨도 취재진에 "1천790만원짜리 계약을 위해 그 시계를 선물한 게 말이 되느냐. 산수 문제일 뿐"이라며 대가성을 거듭 부인했다.
특검팀은 2022년 8월 개최된 중소벤처기업부 '대한민국 동행축제' 전야제 행사에서 이영 전 중기부 장관이 로봇개를 홍보해준 이면에 김 여사의 영향력이 자리하고 있는 게 아닌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당시 발언대 옆에 서씨가 취급하는 로봇개 2대를 배치하고 "한국과 미국의 콜라보(협업)를 상징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후 작년 1월 총선 출마를 앞두고 가진 출판기념회에서 로봇개가 책을 운반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서씨가 김 여사에게 이 전 장관의 '제품 홍보'를 청탁하고 김 여사가 이를 대통령실을 통해 중기부 측에 전달했을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검팀은 실제로 이 전 장관을 지난 20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로봇개를 홍보한 경위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서씨는 정부 행사에 로봇개를 등장시키기 위한 작업은 자신이 아니라 제품을 수입한 고스트 로보틱스 테크놀로지 측이 도맡았다며 역시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팀은 내달 4일과 11일 김 여사를 소환하기 전까지 서씨의 범죄사실과 혐의를 정리한 뒤 이를 토대로 김 여사에게 적용할 혐의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