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청 1년 후 역사 속으로
▶ 검찰 내부 반발보다 무력감 팽배
▶ 文정부 때 단일대오 저항과 달라
▶ “검사·수사관, 중수청 갈지 의문”
▶ 수십년 수사력 단기 이식 불가능
▶ 1년내 시스템 개편 쉽잖아 혼란
▶ 특사경 수사지휘권도 폐지 거론
검찰청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검찰 내부는 분노보다는 무기력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유예기간 1년 동안 조직 개편과 관련 법 개정 등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 정비가 불가능할 것이란 우려 속에 엑소더스(대탈출)가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1년 유예기간을 거쳐 78년 역사의 검찰청은 폐지된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중 수사권은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기소권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으로 이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예기간 동안 정부는 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더불어민주당과 협의해 세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TF에는 각각 10여 명 내외의 검사와 수사관이 파견될 예정이다.
‘세심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뒤로 한 채 ‘추석 전 검찰청 폐지’가 현실화하면서 검사들은 침묵에 빠졌다. 반대 목소리를 내도 돌이킬 수 없다는 무력감이 팽배한 데다, 의견을 밝히면 ‘조직 이기주의’라는 비판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대검이라도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선 의견을 반영해 24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헌법에 규정된 ‘검찰’을 지우는 건 성공적인 검찰개혁에 오점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냈지만, 곧바로 “부적절하다”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지적을 받았다.
수사 경험이 많은 중간간부급 검사들은 수사력 저하를 우려한다. 중수청으로 검사와 수사관이 가고 싶어하지 않는 데다 일부 인원이 옮긴다 해도 검찰 조직이 수십 년간 쌓아온 수사력을 단기간에 이식하는 건 불가능하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중수청에 우수한 재원들이 갈 유인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가더라도 수사 노하우가 강의식으로 얻어지는 건 아니지 않느냐. 도제식으로 생기는 노하우를 어떻게 옮긴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법제도 개정, 형사전자소송시스템 전면 개편 등 필요한 조치가 유예기간 1년 내에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스템 혼란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았다. 모든 수사에 대해 검사 지휘를 받도록 돼있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문제가 대표적이다. 특사경 제도는 특수행정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갖춘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이지만, 수사 지식이 부족해 지휘가 필요하다.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하면 특사경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도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특사경 지휘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는 “최근 수사 과정의 적법성을 따지는 사례가 많은데 특사경이 독자적으로 사건 처리를 하면 위법수집증거 등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자포자기한 검사들이 조직을 떠나면서 유예기간 내에 사실상 검찰이 사라질 것이란 자조도 나온다. 퇴직 검사 수는 △2019년 111명 △2020년 94명 등 매년 100명 안팎을 유지하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급증했다. 2023년 145명, 지난해 132명, 올해 8월까지 99명을 기록했다. 형사부에서 오래 일했던 한 부장검사는 “후배가 할 말 있다고 들어올 때마다 그만둔다고 할까 봐 겁이 난다”며 “앞으로 없어질 조직에 남아 달라고 설득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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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현·이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