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투자 압박에 환율 불확실성까지… 코스피 3400선 붕괴

2025-09-27 (토) 12:00:00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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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미 투자 압박에 관세협상 난관
▶ 美 GDP 호조, 금리 인하 불투명

▶ 코스피 10거래일 만에 3400선 붕괴
▶ 외인·기관 1조원 매도 하락 주도
▶ 환율 넉 달 만에 1410원대로 올라

트럼프 투자 압박에 환율 불확실성까지… 코스피 3400선 붕괴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나오고 있다. [연합]

9월 들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해 왔던 코스피가 돌연 하루 만에 2% 넘게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미 투자 압박이 더욱 거세지는 한편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26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5.06포인트(2.45%) 하락한 3,386.05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수가 3,400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12일 이후 10거래일 만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30.72포인트(0.89%) 내린 3,440.39로 출발해 낙폭을 키웠다. 장중엔 낙폭을 키워 2.98%(3,367.1)나 밀려났다. 장중 낙폭 기준으로 정부의 세법 개정안 발표 다음 날인 8월 1일(3.93%) 이후 최대치다.


지수 하락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다. 각각 6,610억 원, 4,889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1조975억 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3.25%), SK하이닉스(-5.61%), LG에너지솔루션(-3.46%)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 대부분이 하락했다. 코스닥도 전일 대비 -2.03% 하락한 835.19에 마감했다.

시장의 불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촉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인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이 그동안 다른 나라에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했다”면서 “(한국 정부가 약속한)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금은 ‘선불(up front)’”이라고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최근 한국 정부에 기존 합의안을 넘어서는 투자 증액을 요구했다고 보도하면서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을 키웠다.

간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가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한 점도 코스피 하락에 영향을 줬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2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확정치)은 3.8%로 잠정치(3.3%)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률 기록은 시장에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신호로 작용했다.

미국 경제 지표 호조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자 원·달러 환율도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1,400.6원)보다 11.8원 오른 1,412.4원에 주간 거래를 마무리했다. 주간 거래에서 장중 1,410원대를 넘은 것은 5월 15일(장중 고가 1,412.1원) 이후 처음이다.

한미 무역 협상이란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전까지 코스피도 당분간 방향성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비관적 뉴스에 투자심리가 더 흔들릴 수 있다”며 “이달 말까지는 지수 정체와 업종별 순환매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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