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토 탈환 가능” 첫 언급…러에는 “목적없이 싸운다” 비판
▶ 젤렌스키 “게임체인저” 기대…언변 넘어 실천 뒤따를지 주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잃어버린 영토를 모두 되찾을 수 있다는 새로운 입장을 제시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 국면을 맞을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언급은 종전을 위해서는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포기해야 하며, 우크라이나에는 별다른 수가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것으로, 취임 후 일관되게 고수하던 친러시아 행보가 실제로 끝난 것인지 관측이 무성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시간과 인내심을 갖고, 유럽의 경제적인 지원, 특히 나토의 지원이 더해진다면 (우크라이나가) 전쟁이 시작됐을 당시의 원래 국경을 회복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선택지가 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 후 러시아에 내준 모든 영토를 되찾을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되찾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알겠나, 어쩌면 그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수복 가능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도울 수 있도록 나토에 계속 무기를 공급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반면에 러시아를 향해서는 "실질적인 군사 강국이라면 이기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을 전쟁을, 3년 반 동안 목적 없이 싸우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종이호랑이'라고 불렀다.
그는 SNS에 메시지를 올리기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한 자리에서도 러시아 항공기가 나토 회원국 영공을 침범하면 격추해버리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견지해온 태도를 손바닥 뒤집듯 바꿔 전 세계 지도자들이 유엔에 모인 상황에서 갑자기 나온 것이다.
특히 친러시아 성향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재자로서 입지가 건전한지를 두고 논란이 많은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높여 주목된다.
이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노력을 볼 때 좌절감이 엿보이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을 위해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나 극진히 대우하는 등 수개월간 러시아 편에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으나 러시아의 시간끌기 작전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미국의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에도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감도 퍼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전쟁을 종식하려는 그의 결단력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게임 체인저'로 치켜세웠고,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발언 중 일부가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점차 깨닫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해야 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대해 언급한 그 모든 발언이 옳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계획을 내놓지는 않은 상황에서 발언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우크라이나가 의미 있는 반격을 가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제공하기 꺼려온 무기를 대거 투입해야 하고, 우크라이나가 현재로서는 동원하기 힘든 수만 명의 신규 병력도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러시아 항공기를 격추하는 나토 회원국을 지원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라는 유럽의 고위 군사 당국자의 발언을 전하면서 유럽 지도자와 외교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진의 해석을 놓고 어리둥절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