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 비위 내홍’ 혁신당 지도부 총사퇴…비대위 체제로 전환

2025-09-07 (일) 1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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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대행부터 최고위원·사무총장까지 사퇴… “우왕좌왕 시간지체, 진심 사죄”

▶ 의원총회서 ‘조국 비대위’ 의견 갈려…내일 의총서 논의 이어가기로

‘성 비위 내홍’ 혁신당 지도부 총사퇴…비대위 체제로 전환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과 최고위원들이 7일(한국시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내 성 비위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혁신당이 당내 성 비위 사건 논란 끝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한다.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7일(이하 한국시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에 대한) 관용 없는 처벌과 온전한 피해 회복을 위해 저와 최고위원 전원은 물러난다"며 지도부 총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대응 미숙으로 동지들을 잃었다"며 "피해자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혁신당은 신생 정당으로서 미흡했다. 대응 조직과 매뉴얼도 없는 상황에서 우왕좌왕 시간을 지체했다"며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모두 제 불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권한대행으로서 절차와 원칙만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 법적인 절차를 뛰어넘어 마음의 상처까지 보듬지 못했다"며 더 과감한 조치를 해야 했지만 하지 못했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거듭 밝혔다.

앞서 황현선 사무총장도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성 비위 사건을 비롯해 당에서 일어난 일련의 일들에 대해 저 또한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으며 사과와 위로를 전한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황 사무총장은 "당의 자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당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당원·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당 지도부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조사 과정과 조치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것이 아님을 다시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의 부족함으로 감옥에서 출소하자마자 당 내홍의 한복판에 서 있게 된 조국 원장에게도, 조 원장에 기대를 가졌던 많은 지지자 분에게 사과드린다"며 "계속되는 고통을 버티고 또 버티는 조 원장에게 겨눈 화살을 거둬달라"고 말했다.

사무처 당직자들에게는 "밤낮없는 격무 속에서 당내 조사와 외부 법인 조사까지 받는 고통을 겪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가해자라고 비난받는 당직자들의 우산이 되지 못했다. 미안하다"고 했다.

유튜브 방송에서 2차 가해성 발언을 했다는 비판을 받은 이규원 사무부총장 역시 이날 사퇴했으며, 작년 말 성 비위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노래방 현장 동석자 등 관련자들은 당무 수행이 일시 정지됐다.


이날 지도부 총사퇴 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당 의원들은 비대위원장 인선을 포함한 비대위 구성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8일 의총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비대위원장을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이 맡는 방안과 외부 인사가 맡는 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은 조 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중심을 잡고 책임감 있게 내홍을 수습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한 반면 현 상황에서 조 원장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조 원장과 당에 부담을 가중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게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창당 초기에 관여했던 당 원로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도록 하자는 의견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백선희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구성 원칙과 방향이 중요해 의총에서 의원들이 1차적 논의를 했다. 중요 원칙은 신뢰 회복과 혁신"이라며 "당헌당규상 비대위 결정은 당무위원회에서 하고, 당무위는 최대한 빨리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 "어떤 분을 모실지는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놓고 논의할 것"이라며 "특정인 여부는 내일 (후속 의총 후)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강미정 전 대변인은 당이 성 비위 사건 처리에 소극적이며 피해자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문제 제기하며 지난 4일 혁신당에서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강 전 대변인 탈당으로 사태가 커지자 최근 출소한 조 원장에게까지 책임론과 비판이 쏟아지는 등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조 원장은 성 비위 사건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자신은 옥중에 있어 당무에 관여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원장의 이런 입장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이날 지도부 총사퇴가 '조국 지키기' 성격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혁신당은 오는 11월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조 원장을 대표로 추대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 사태로 조 원장의 정치적 행보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 원장은 지난 4일 입장문 발표 이후 성 비위 사태에 대해 추가 입장은 내지 않았다. 다만 전날 밤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귀를 기울이고 경청하는 모습의 사진으로 교체했다.

조 원장은 강 전 대변인과 만나고자 직·간접적으로 강 전 대변인에게 연락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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