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대이상 남녀 유병률 유사
▶ 여성 고혈압·당뇨 등 영향
통풍은 흔히 ‘고기와 술을 많이 먹는 중년 남성의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폐경 후 여성에게서 유병률이 급격히 상승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70세 이상에서는 여성과 남성 유병률이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풍은 혈액 내 요산의 농도가 높아서 과도하게 축적된 요산이 결정화돼 관절과 관절 주변 조직에 침착, 염증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출산의 고통’에 비유할 정도로 극심한 관절 통증이 특징이다. 발작 시간을 견뎌내고 아픔이 사라져도 만성 신장병이나 심혈관 질환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성 통풍 환자가 여성 환자보다 많은 것은 남성호르몬이 요산 생성을 늘리고 배설을 줄이는 반면, 여성호르몬은 요산 배설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폐경 후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 때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여성 통풍 환자는 △10대 337명 △20대 1,800명 △30대 3,001명 △40대 4,870명 정도였지만, △50대 7,536명 △60대 8,629명 △70대 6,760명으로 50대부터 환자 수가 확연히 늘었다.
이지수 이대목동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여성의 통풍 유병률은 남성보다 2~3배 낮지만, 폐경 이후에는 유병률이 점차 증가해 70세 이상에서는 남성과 비슷한 수준에 이른다”며 “여성호르몬이 가임기 여성에서 통풍 발생을 억제하다가, 폐경 후 호르몬 감소로 발병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여성 통풍은 남성 통풍과 원인도 다르다. 남성 환자는 술, 고기 등 식습관과 유전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고혈압, 당뇨, 비만, 만성콩팥병, 이뇨제 사용 등 위험 요인이 있을 때 통풍에 걸리는 비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2~3배 높다. 발작 부위에도 차이가 있다. 남성은 주로 엄지발가락 관절에서 나타나지만, 여성은 발목이나 무릎 등 예상치 못한 부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기도 한다.
이 교수는 “통풍이 여성에게도, 특히 고령층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점에 대해 환자, 의료진,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고혈압, 당뇨, 만성콩팥병 등 동반 질환을 철저히 관리하고, 생활습관 교육을 할 때 술이나 고기 섭취의 제한보다 액상 과당이 함유된 음료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