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돼지 도살’ 수법 가담 중국계 공모자 28개월형
▶ 초기수익 유도 후 사기 350만달러 사취 돈세탁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중국계 여성이 이른바 ‘돼지 도살’ 수법으로 투자사기를 벌여 총 350만 달러의 피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돼 중형에 처해졌다.
연방 검찰 캘리포니아 센트럴지부는 중국 국적자 리 류(27)가 투자사기 피해자들로부터 사취한 약 350만 달러를 불법 자금세탁한 혐의로 연방 교도소에서 징역 28개월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류는 이른바 돼지 도살 사기 수법에 속은 피해자들이 보낸 현금을 운반하거나 돈 세탁에 사용되는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등의 방식으로 범행에 가담한 혐의다. 류는 지난 6월4일 자금세탁 음모 1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었다.
‘돼지 도살’로 불리는 사기 수법은 가해자가 데이팅 앱, 소셜미디어, 또는 잘못 걸려온 듯한 문자·전화 등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해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은 뒤 투자 이야기를 꺼내는 방식이다. 피해자는 가짜 암호화폐 지갑이나 투자 플랫폼으로 유도되어 초기에는 수익이 나는 것처럼 꾸민 허위 정보를 접한다. 이 과정에서 점차 투자 금액을 늘리게 되고, 일정 시점에 이르러 가해자가 자금을 가로채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마치 돼지를 살찌운 뒤 도살해 많은 고기를 얻는 것에 빗대어 ‘돼지 도살’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류는 지난해 9월 ‘샤 란’이라는 가짜 여권과 서류를 이용해 오션 X 트레이딩이라는 유령회사의 은행 계좌를 개설했고, 올해 4월까지 해당 계좌에 접근할 수 있었다. 사기 피해자들의 송금처로 활용된 이 계좌에서 류는 2024년 10월 한 달 동안만 8만3,461달러를 홍콩 소재 알라모텍으로 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류와 공모자들은 여권과 캘리포니아 운전면허증 등 가짜 신분증을 이용해 우편물 수령 시설에서 사서함 계정을 개설하고, 피해자들이 보낸 현금이 담긴 소포를 수령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3월, 류는 ‘치우난 리’라는 이름의 위조 여권과 서류를 사용해 서니 사우스 트레이딩 명의로 LA 한인타운 내 한 배송업체에 사서함을 개설했다. 이후 4월 피해자들이 보낸 현금 소포 6개가 이곳으로 도착했고, 류는 이를 찾아 내용을 확인·촬영한 뒤 현금을 모아 역시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공범 샤오위 뤼(28)에게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뤼의 휴대전화에는 현금 다발이 찍힌 사진 약 46장이 발견됐는데, 이 중 상당수는 류가 보낸 것이었다. 수사 당국은 사진 속 현금이 약 35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공모자들은 운반책을 고용해 현금을 전달받았다. 올해 3월 류는 텍사스주 달라스에서 LA로 20만 달러 이상을 운반하는 과정에 가담했다. 이들은 피해자와 운반책이 동일한 일련번호가 적힌 달러 지폐 사진을 제시해 신원을 확인하는 방식을 썼다. 올해 4월 뤼의 휴대전화에서는 서로 다른 현금 수령 건을 나타내는 100장 이상의 달러 지폐 사진이 발견됐다.
류는 자신이 돈세탁 대가로 금전을 받았음을 인정했다. 수사 당국은 그녀의 집에서 아직 전달되지 않은 현금 10만4,000달러를 압수했으며, 수령하지 않은 소포 27개에서는 현금 28만5,000 달러와 금괴 8만7,000 달러 상당이 발견됐다. 뤼는 불법 체류 신분의 중국 국적자로, 지난 6월 4일 류와 마찬가지로 자금 세탁 음모 1건에 대한 유죄를 인정했다. 뤼는 오는 9월4일 선고 공판에서 최대 20년의 연방 교도소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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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