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3년간 1천조원 구매 추진”…美싱크탱크 “비현실적”

유럽연합(EU) 깃발[로이터]
유럽연합(EU)이 미국과 관세합의를 하면서 약속한 에너지 구매 조건이 실현 불가능하며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30일 미국 싱크탱크인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EU의 석유·석탄·액화천연가스(LNG) 전체 수입량 3천150억 유로(약 504조원) 가운데 미국산은 650억 유로(약 104조원), 약 21%를 차지했다.
EU는 지난 27일 EU산 상품에 대한 15% 관세율을 받아내는 대가로 미국에 연간 2천500억 달러(2천150억 유로)씩, 총 7천500억 달러(6천450억 유로·약 1천36조원) 규모로 구매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작년 수치와 비교하면 이번 합의가 현실화하려면 미국산 수입량을 650억 유로에서 2천150억 유로로, 3.3배가량 늘려야 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작년 전체 수입금액 대비 미국산 의존도는 21%에서 약 70%로 치솟게 된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로 유럽 전반적으로 가스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시장의 과잉 공급량 흡수 능력 등을 고려하면 "성취 불가능한 합의"라고 지적했다.
한때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과도하게 의존했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초유의 에너지 위기를 겪은 EU는 그간 공급망 다각화에 힘썼다. 이제 와 미국산 수입량을 지나치게 늘리는 것은 이런 기조에도 어긋난다.
IEEFA도 이날 보고서 제목을 'EU의 단일 공급국 과잉 의존 위험에 따른 데자뷔'라고 달았다.
더욱이 합의 주체인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에너지 구매를 직접 관장하지 않으며 그럴 권한도 없다. 결국 유럽 민간 에너지기업이 나서지 않으면 미국산 에너지 수입 증가는 애초 실현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집행위는 합의된 액수가 2027년 말까지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을 완전히 중단하려는 계획, 민간 기업의 대미 에너지 인프라 투자 의향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럽 내 환경 비정부기구(NGO) 연합체인 EEB는 현행 러시아산 LNG 수입량은 전체의 약 17% 정도로, 이를 대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90억 유로(약 12조원)에 그친다고 추산했다.
EEB 관계자는 EU옵서버에 "미국산 수입량을 3년 만에 세 배로 늘리겠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EU의 중기적 탈탄소화 목표 달성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IEEFA도 7천500억 달러를 미국산 화석연료 수입 대신 재생에너지에 투입하면 EU의 전체 태양광·풍력 발전 용량이 현재보다 90%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